[스포츠] "아버지께 금메달 드릴게요" 탁구 父子 오상은∙오준성 의기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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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국가대표 부자 오상은(오른쪽)과 오준성. 둘은 국가대표 감독과 선수로 만나 의기투합한다. 진천=김현동 기자
“상상만 해도 뭉클하죠. 아들이 그 꿈을 이뤄준다면….”
한국 탁구의 대들보로 활약했던 아버지에겐 못 이룬 소망 하나가 있다. 바로 올림픽 금메달. 국가대표로 뛰며 은메달과 동메달은 모두 걸어봤지만, 가장 빛나는 금메달은 끝내 품지 못한 채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이제 그 꿈을 2006년생 아들이 이루기 위해 부자(父子)가 의기투합한다.
한국 탁구 남자대표팀의 사령탑 오상은(48) 감독과 신성 오준성(19)을 지난 8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났다. 오 감독과 오준성은 현재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하는 보기 드문 사제 겸 부자지간이다. 오준성은 2023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부터 태극마크를 달았고, 오 감독이 지난 1월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되면서 국가대표 스승과 제자로 만났다.
부자와의 인터뷰는 최근 인도에서 끝난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스타 컨덴더 첸나이를 주제로 시작됐다. 바로 이 대회에서 오준성이 남자단식 정상을 차지하며 명실상부 한국 탁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우승 기념으로 머리카락을 멋들어진 회색으로 탈색했다는 오준성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더 큰 무대에서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버지 오상은(오른쪽)을 바라보는 아들 오준성. 진천=김현동 기자
담담하게 우승 소감을 말한 아들과 달리 아버지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오 감독은 “(오)준성이가 어릴 때부터 유망주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와 함께 ‘누구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함께 따라다녔다. 이번 우승으로 그러한 꼬리표를 떼고 한층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웃었다.
1977년생인 오 감독은 한국 탁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올림픽에만 4차례 출전했고,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에도 꾸준히 출전해 한국 탁구의 위상을 높였다. 또, 국내 최고 권위의 종합선수권에선 역대 최다인 6차례 우승 기록을 세웠다. 1m86㎝의 큰 키를 앞세운 파워와 저돌적인 플레이로 상대를 윽박질렀다.
아버지의 탁구 DNA를 물려받은 오준성은 원래 탁구선수를 꿈꾸지는 않았다. 어릴 적에는 평범한 소년으로 자랐다. 그런데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자연스레 탁구채를 잡게 됐고, 이후 엘리트 선수로 성장했다. 오준성은 “원래는 축구와 스케이트를 좋아했다. 아버지께서도 탁구를 강제로 시키실 생각이 없으셨다. 어릴 때 아버지 경기를 봐도 내가 흉내 낼 수도 없는 수준이라 탁구는 남의 이야기였다”면서 “언젠가 동네 연습장에서 탁구를 치면서 묘한 쾌감을 느꼈다. 타격감이었다. 그 느낌을 잊지 못해 결국 탁구선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2016년 오상은(왼쪽)의 은퇴를 앞두고 아들 오준성과 함께 마지막 복식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 중앙포토
오준성은 아버지와는 조금 다르게 경기를 풀어나간다. 축구로 쳤을 때 아버지가 스트라이커라면, 아들은 미드필더다. 안정적인 공수 능력으로 차분하게 랠리한다. 오 감독과 오랫동안 동료로 뛴 주세혁(45) 대한항공 감독은 “아버지는 유럽 선수에게도 힘이 뒤지지 않았다. 쉽게 막을 수 없는 장신 공격수였다. 이와 달리 아들은 안정적으로 플레이한다. 완전한 수비형은 아니지만 상대의 범실을 유도하는 영리한 선수”라고 귀띔했다.
이를 전해들은 오준성은 “성격 차이가 아닐까 싶다. 내가 조금 소심한 편이다. 쉽게 결정을 내리지도 못해서 치킨을 먹을 때도 양념과 후라이드 사이에서 늘 고민한다”고 수줍게 웃었다.
이제 오 감독과 오준성의 시선은 내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2028 LA올림픽으로 향한다. 오 감독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2012 런던올림픽에선 단체전 은메달을 따냈지만, 끝내 금메달을 품지 못한 채 탁구채를 내려놓았다. 오준성은 “올림픽 금메달은 탁구를 시작하면서 품었던 오랜 꿈이다. 꼭 아버지에게 금메달을 안겨드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들은 오 감독은 “상상만 해도 뭉클하다. 그날만을 그리며 준성이가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르치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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