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관세 유예’에 원화값 27.7원 급등…2018년 데자뷔, 미중 갈등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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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10일 달러당 원화값은 장중 40원 가까이 뛰었고, 코스피는 6% 넘게 반등했다. 폭주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늦추면서 시장이 안도한 영향이 크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간 거래 기준 원화값은 전날 종가(달러당 1484.1원)보다 27.7원 오른(환율은 하락) 1456.4원으로 마감했다. 전날 1480원을 뚫고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지 하루 만에 급등한 것이다. 장 중 한때 전일 대비 38.1원 치솟은 1446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스피도 전 거래일 보다 6.6% 오른 2445.06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엔 코스피200 선물의 급등으로 프로그램 매수 호가가 일시 효력정지되는 조치(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도 동반 상승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9.13%)와 대만 자취안 지수(9.25%)는 9% 넘게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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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안심하긴 이르다. 트럼프의 관세 폭격은 중국에 쏠렸고, 중국도 맞받아치면서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10일 중국 정부는 간밤 미국의 ‘125% 관세 폭탄’에 대응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84% 추가 관세를 발효했다. 또 미국 관세에 맞서 ‘위안화 절하’ 카드를 꺼냈다. 위안화가 약세면, 달러로 표시된 중국 제품 가격 경쟁이 올라간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전날보다 0.0026위안 내린(환율은 상승) 7.2092위안으로 고시했다. 그 결과 역외시장서 위안화 가치는 장중 달러당 7.3511위안까지 밀려났다. 2007년 12월 24일(저가 기준 7.3685위안) 이후 가장 낮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로 ‘2018년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분석도 많다. KB증권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2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최고 25% 고율 관세를 매기면서 미·중 무역 전쟁 1라운드가 본격화됐다. 이후 양국은 관세와 보복 관세를 주고받았고, 무역 협상에도 난항을 겪었다. 세계 금융시장은 2019년 10월 11일 미·중이 무역 합의를 체결할 때까지 약 17개월 동안 요동쳤다. 특히 이 기간 코스피는 17% 급락해 2000선으로 주저앉았다. 원화값도 11% 급락해 1200원 선 코앞까지 밀려났다. 원화 가치에 영향을 주는 위안화가 2019년 8월 당시 마지노선으로 불렸던 ‘포치’(破七ㆍ달러당 7위안)가 깨지면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2018년엔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와 협상을 정신없이 반복해 글로벌 증시도 급등락을 반복했다”며 “이번 미·중 무역 분쟁도 그런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미ㆍ중 갈등 격화 속 중국이 위한화를 절하하면 과거(트럼프 1기)처럼 원화도 재차 약세 압력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중이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 중이지만 곧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많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미국과 중국이 고율 관세로 싸우면, 사실상 무역이 막혀 자국민이 피해를 본다”며 “당분간 G2(미·중)가 자존심 싸움을 하겠지만, 속내는 ‘협상 테이블’에 앉을 명분을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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