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재 털어라” 궁지 몰린 MBK…‘홈플러스 사태’ 檢 수사 핵심 쟁점은
-
4회 연결
본문

홈플러스 사태를 둘러싼 금감원 조사와 피해자 고소가 이어지며 검찰 역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뉴스1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직전 수천억원 규모의 단기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겼다는 의혹인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했다.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의 범죄 정황이 일부 드러나며 검찰에 관련 자료가 넘어왔고, 11일 피해자대책위원회는 서울중앙지검에 김병주 MBK 회장과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 등을 집단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반부패3부(부장 이승학)에 배당해 수사하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 수사는 금융감독원이 MBK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를 시작한 것이 단초가 됐다. 금감원은 MBK가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이란 사실을 미리 알면서도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단기 채권을 발행하는 '사기적 부정거래'에 나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2월 28일 기존 A3에서 투기등급(B) 바로 윗 단계인 A3-로의 신용등급 강등이 확정 공시됐는데, MBK는 이같은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최소 2월 25일 이전에 인지했음에도 채권 투자자를 모집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 내용이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지난 10일 “MBK에 대한 검사·조사과정에서 유의미한 사실관계가 확인됐다”며 “이달 중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및 검찰과 필요한 절차에 따른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MBK가 신용등급 강등과 이에 따른 법정관리를 준비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이게 손실을 떠넘기기 위해 전자단기사채(ABTSB)를 발행했는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피해자들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소장을 제출했다. 뉴스1
홈플러스와 MBK에 적용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홈플러스가 법정관리 신청을 준비한 시점이라고 밝힌 2월 28일 이전에 MBK가 신용등급 하향을 인지했는지, 투자자를 끌어모으면서 기업회생 신청을 미리 계획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지가 향후 수사의 관건이다. 법정관리가 예정된 상태에서 채권을 발행한 것은 투자자를 기만한 사기 행위이기 때문이다.
기업회생 신청 때 금융 채무 동결 알았나
검찰은 MBK가 기업회생 신청시 금융 채무가 동결되는 것을 알고도 채권을 판매해 개인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겼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신용등급 하향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채권을 발행했다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사익을 추구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가 적용될 수 있다. 금리 책정에 주효하게 작용하는 신용등급이 하향되기 전, 높은 등급에서 채권을 판매하면 채권자들에게 낮은 이율을 적용할 수 있어서다.
만약 MBK가 신용등급이 하향된 후 채권을 판매했다면 보다 높은 이율을 부담해야 했다. 하향 전인 높은 신용등급으로 채권을 판매해 낮은 금리를 적용한 만큼 MBK가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통상 2~3개월이 걸리는 회생절차 준비를 신용등급 강등 후 나흘 만에 마무리했다는 점도 일반적이지 않은 대목이다.

검찰 수사는 MBK의 신용등급 강등 인지 시점 및 채권 투자자 모집의 연관성 등에 따라 김병주 회장으로 뻗어나갈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수사는 최종 의사결정권자이자 홈플러스 사태를 야기한 김병주 MBK 회장으로 뻗어 나갈 가능성이 있다. MBK는 2015년 6조 원을 투자해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투자금 중 2조7000억 원은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자금을 마련했다.
주요 점포 매각 등으로 대출 이자를 갚아왔지만, 결국 빚을 감당하지 못해 신용등급 하향조정 등 경영 상태가 악화했다. 신영증권 등 증권사 연대 피고소인에 포함된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역시 수사 대상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이 1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MBK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 긴급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 개시 후 원리금 상환이 중단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전단채) 4019억원 중 개인 투자자 구매액은 1777억원에 달한다. 국회 정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지난 10일까지 김 회장이 사재 출연 계획을 포함한 변제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청문회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사재를 출연해 이달 초부터 홈플러스 채권을 정산받지 못한 소상공인 2000여 곳에 대해 정산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국회에서 2조원대 규모의 사재 출연 필요성을 강조한 점을 감안했을 때 김 회장의 이같은 조치는 땜질식 처방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