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美, 北 CRBM에 코드명 ‘KN-35’ 붙였다…KN-25 이후 30번대 넘버링 첫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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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전방에 실전배치하겠다고 공언한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에 미국이 ‘KN-35’라는 새로운 코드명을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알려진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북한판 에이태큼스(KN-24)·600㎜ 초대형방사포(KN-25) 등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3종 세트’ 이후 새로운 코드명이 공식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이밖에 KN-23 대형화 개량형과 미니 SLBM에도 각각 KN-30·33이라는 코드명을 붙였다고 한다. 이들 미사일 모두 북한의 전술핵탄두 카트리지 화산-31의 발사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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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8월 5일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무기체계 인계인수기념식이 지난 4일에 진행됐다"면서 "중요군수기업소들에서 생산된 250대의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경제1선부대들에 인도되는 의식이 수도 평양에서 거행됐다"라고 보도했다. 사진은 미국이 KN-35 코드명을 붙인 북한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의 이동식발사차량(TEL) 250대가 배열된 모습. 노동신문=뉴스1

KN-23·24·25 이어 南 겨냥 탄도미사일 새 코드명 KN-30·33·35

13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이 2022년 4월 첫 시험발사를 실시한 CRBM에 KN-35라는 코드명을 부여해 최근 한국과 공유했다. 북한 CRBM은 정밀타격이 가능한 한국의 전술지대지유도무기 케이티즘(KTSSM)을 빼닮아 ‘북한판 KTSSM’으로도 불린다. 북한은 이 미사일을 2022년 4월 첫 시험발사한 후 지금까지 최소 다섯 차례 발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최근 발사는 지난 3월 10일 이뤄졌다.

KN 코드는 북한(North Korea) 영문 이니셜 앞뒤를 바꾼 ‘KN’에 숫자를 결합하는 미국의 북한 미사일 분류 방식이다. 군 관계자는 “KN-35 외에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 미사일과 미니 SLBM에도 코드명이 부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의 크기를 키운 개량형의 경우 KN-30, 미니 SLBM에는 KN-33이 각각 붙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 미사일이 확인될 때마다 북한이 밝힌 정식 제식명과 다른 코드명을 순차적으로 숫자를 붙여 짓고 있다. 미국이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를 부인하지 않음으로써 특정 코드명이 어떤 미사일을 지칭하는지 사실상 시인해왔다.

2000년대 시험발사가 실시된 지대함 미사일이 KN-01, ‘독사’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KN-02 등으로 불린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는 KN-20, 화성-15는 KN-22로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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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2년 4월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의 첫 시험발사였다. 노동신문=뉴스1

대외적으로는 ‘비밀’…하지만 여전히 통용되는 KN 코드명

한국군도 KN 코드를 대외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2022 국방백서’는 KN-23·24·25를 각각 이스칸데르형·에이태큼스형·초대형방사포로만 표기하고 있다. 또 CRBM은 근거리형, 이스칸데르 대형화 개량형은 고중량탄두형으로 분류한다.

군 당국은 2019년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시작되자 북한판 이스칸데르에 19-1, 에이태큼스에 19-4, 초대형방사포에 19-5 등 자체적으로 명칭을 붙인 적도 있다. 여기엔 SRBM 3종 세트가 KN 코드명으로 수시로 등장하는 데 한·미가 부담을 느낀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KN 코드를 군사기밀로 취급해달라는 미 측의 요청이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19-1 등은 동향 추적을 위한 구별법에 가까워 현재는 특정 명칭으로서는 거의 통용되지 않는다. 군 당국자는 “대외적으로 KN 코드명을 쓰진 않지만, 한·미 간 논의 등에선 여전히 KN 숫자를 언급한다”고 말했다.

늘어가는 코드명…위협 고도화를 위한 북한의 부단한 노력

이번에도 한·미가 북한의 고도화하는 위협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KN-35 코드명이 사용됐다. 한·미는 북한이 KN-35의 이동식발사차량(TEL) 수백대를 전방에 실전배치하고 있다고 보고 집중 감시를 펼치고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8월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관으로 신형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인계인수식을 열고 해당 발사대를 한국과 접경을 맞대고 있는 최전선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당시 북한 매체의 보도 사진에는 TEL 250대가 식별됐는데, 당시 발표가 허언이 아니라는 얘기가 군 내부에서 나온다. TEL 1대당 4개 발사관이 탑재된 점을 고려할 때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최대 1000발의 물량 공세가 가능한 셈이다. 특히 해당 미사일은 150㎞ 안팎에 불과한 거리를 30㎞ 이하 저고도로 비행해 한·미 입장에선 탐지 등 대응이 쉽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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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한국을 타격권으로 한 600㎜ 초대형 방사포 위력시위사격을 현지지도 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24년 5월 31일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KN 코드명이 거론된 맥락에서 전술핵 위협 역시 눈여겨 볼 대목이다. KN-35는 물론, KN-30과 KN-33은 북한이 전술핵 탑재를 공언한 무기 체계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2023년 3월 핵탄두 카트리지 화산-31을 공개하면서 투발수단이 그려진 패널을 통해 이들 미사일과 SRBM 3종 세트, 순항미사일 화살-1·2형, 핵무인잠수정 해일에 화산-31 탑재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모두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 공격용으로 군 당국은 이 가운데 KN-35뿐 아니라 KN-25 수십 대도 실전 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30번대 KN 코드명이 확인된 건 북한의 ‘미사일 포트폴리오’ 완성도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군 관계자는 “화성-17·18·19 등 대륙간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열차 발사 버전 같은 개량형 등에도 코드명이 붙어 35번을 넘은 것으로 안다”며 “그만큼 북한이 기술 진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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