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기(Long-period) 수퍼지구’(지구처럼 표면은 암석인데 질량은 1~10배 큰 외계행성 중 공전주기가 1년 이상인 행성)가 국내 외계행성 탐색 시스템을 통해 발견됐다. 장주기 수퍼지구는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행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하는지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로 여겨진다.

호주에 위치한 한국천문연구원의 외계행성 탐색시스템.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25일 우주항공청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공동연구진은 “외계행성 탐색시스템(KMTNet) 관측자료를 활용해 장주기 수퍼지구 행성 ‘OGLE-2016-BLG-0007Lb’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공동연구진이 발견한 ‘장주기 수퍼지구’는 지구 질량의 약 1.3배로 지금까지 발견된 장주기 수퍼지구 중 가장 작은 질량으로 기록됐다. 태양 질량의 0.6배 되는 별(모성) 주위를 15억㎞ 거리에서 40년 주기로 공전한다. 이 연구 결과는 25일 사이언스지에 게재됐다.

장주기 수퍼지구는 우주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행성이다. 수퍼지구보다 까다로운 조건(공전주기가 1년 이상)을 충족해야 해서다. 지금까지 약 1900개 수퍼지구가 발견됐지만 장주기 수퍼지구는 100개도 되지 않는다. 이충욱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미항공우주국(NASA)이 찾은 장주기 수퍼지구도 10개 미만”이라며 “KMTNet은 2016~2019년 사이 미시중력렌즈로 8개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천문연이 2009년부터 운영한 KMTNet은 남아프리카공화국·호주·칠레 등 3개국에 대형 망원경을 설치해 24시간 은하를 관측할 수 있다. 특히 KMTNet의 미시중력렌즈(Microlensing) 방식은 기존 방법보다 어둡고 먼 은하도 볼 수 있다. 망원경과 별 사이에 외계행성이 지나가면 그 행성의 중력 때문에 별빛이 잠깐 휘면서 더 밝아지는데, KMTNet은 이 짧은 순간을 정확히 잡아내 외계행성이 있다는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

2023년 7월 30일까지 발견된 외계행성 약 5000 개에 대한 행성 공전주기에 따른 행성/모성 질량비(q) 분포.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장주기 수퍼지구는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연구하는 중요한 관측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태양 주위를 약 1년 공전주기로 도는 지구에 생명체가 살기 적합한 것처럼 공전주기 1년 이상의 장주기 수퍼지구엔 생명체 거주 가능성(Habitable Zone)이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행성의 형성과 진화에 관한 이론을 이해하는 데도 필요한 데이터다. 그간 태양계 구조는 목성처럼 무거운 ‘목성형’ 가스행성은 바깥, ‘지구형’ 암석 행성은 안쪽에서 따로 형성된다는 ‘쌍봉 이론’으로 설명해 왔다. 장주기 수퍼지구의 존재는 쌍봉 이론의 근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