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Cooking&Food] 25개국 유랑하며 수많은 음식 중 왜 케밥을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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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 다이닝] 어떤 상황에서도 잘 어울리는 케밥의 매력을 요리하다 조석범 셰프의 ‘아타쉬케밥’
세계 각국 60여 곳에서 케밥 경험
가장 큰 즐거움과 위안 준 ‘한 끼’
건강·쥬시한 두 가지 메뉴만 선봬
생맥주 등 주류와 곁들여도 좋아

아타쉬케밥의 닭고기는 최소 하루 전 양념에 재워놓아 깊은 양념 맛을 느낄 수 있다. 조석범 셰프는 섬세한 그릴링을 통해 겉은 바삭하면서도 고기가 지닌 수분감은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김성현]
수십 년 된 노포와 포장마차는 물론 초대형 글로벌 프랜차이즈 가게들까지, 다양한 매장들이 빼곡히 들어선 종로의 한 골목. 군침을 돌게 하는 고소한 기름 냄새를 솔솔 풍기며 빙글빙글 돌아가는 거대한 닭고기가 눈과 코를 사로잡는다. 가게 외관에 쓰여있는 낯선 이란 글자의 간판과 벽면을 빼곡히 채운 이국적인 향신료 통에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은 조금씩 느려진다. 지난해 11월 조석범 셰프가 문을 연 ‘아타쉬케밥’이다. 조 셰프는 13년 전 김치와 한식문화를 알리기 위해 400일간 세계 일주 프로젝트를 펼치고, 이후 프랑스 깐느의 미쉐린2스타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았다.
세계 25개국을 유랑하고 유명 파인다이닝까지 경험했던 조 셰프가 수많은 음식 중 케밥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세계 방방곡곡을 유랑할 때나 요리를 배우던 유학생 시절에도 그에게 가장 큰 즐거움과 위안을 주었던 것은 케밥이었다. 여의치 않던 주머니 사정에, 바쁜 스케줄에 제대로 끼니를 챙겨 먹기 어려웠던 그때 유럽의 수많은 마을마다 있던 것이 케밥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케밥은 싸고 간단한 한 끼였지만 든든하고 맛조차 좋았다. 자정 무렵 일이 끝나던 프랑스 유학생 시절에도 늦은 시간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선택지는 케밥이 거의 유일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조 셰프는 세계 각지 60곳이 넘는 가게에서 케밥을 경험했다. 각 나라와 지역은 물론 케밥집 마다 각기 다른 특징이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아타쉬케밥 역시 그가 독일 베를린, 이란, 튀니지에서 경험했던 케밥의 장점들이 조금씩 혼합돼있다. 여기에 종교적인 이유로 대부분 술을 판매하지 않는 여타 케밥 식당들과 달리, 생맥주와 샴페인 등 다양한 주류를 케밥과 곁들여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조 셰프는 “외국 손님들은 한국인이 케밥을 하는 것도 신기하게 생각하는데, 바처럼 술을 함께 먹을 수 있다는 점도 굉장히 좋아한다. 케밥도, 공간도 내가 세계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다양한 미식의 경험을 녹여내고 트위스트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타쉬케밥은 단 두 가지 메뉴만을 선보이는데, 조 셰프가 가장 애정한다는 독일 베를린의 케밥 가게들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만의 것으로 발전시킨 것들이다. 두 종류의 케밥에 모두 들어가는 고기는 100% 닭다리살로 부드러우면서도 입 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육고기 특유의 식감이 일품이다. 여기에 굽는 내내 겉 부분의 수분이 날아가며, 한층 더 크리스피한 느낌으로 씹는 재미와 고소함을 더 했다.

얇은 또띠아를 각종 재료로 채워 풍만함을 자랑하는 덕분에 든든한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첫 번째 메뉴인 베를리너 케밥은 고기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신선한 채소가 듬뿍 들어간 덕분에 건강하면서도 밸런스가 잘 잡혀있다는 느낌을 준다. 아삭한 식감을 담당하는 로메인과 더불어 와일드 루꼴라는 쌉싸름한 풍미로 한층 더 풍부한 맛과 건강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화이트비네거와 소금으로 발효시킨 사워크라우트는 새콤하면서도 씹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조 셰프가 직접 만든 이란식 쉬라즈 샐러드와 독일식 마늘 요거트 소스는 이곳만의 ‘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다. 토마토와 오이, 양파를 전부 잘게 조각내 만든 뒤 소금과 레몬주스, 올리브 오일을 넣어 만든 쉬라즈 샐러드는 마치 타코 속 살사처럼 적절한 산미와 밸런스로 입 안을 상큼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조 셰프는 여기에 약간의 민트를 더해 동양적인 맛과 더불어 한층 더 시원하고 깔끔한 풍미를 내는 데 주력했다.
익숙한 마늘 풍미에 감칠맛이 터져 나오는 마늘 요거트 소스에는 조 셰프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허브 중 하나인 딜을 넣었다. 덕분에 소스에는 약간의 마요네즈가 들어갔음에도, 느끼함보다는 기분 좋은 중독성과 고소함 그리고 허브 풍미가 은은하게 바탕이 돼 고기와 찰떡같은 궁합을 보여준다.
1㎝ 크기로 큼직하게 썰어 넣은 네 조각의 페타치즈 역시 케밥 속에서 깊은 치즈 풍미를 뽐내며 맛의 레이어를 한층 더 복합적이고 다채롭게 만들어낸다. 튀니지가 고향인 알싸한 매운맛의 하리사 소스는 캡사이신이나 마라처럼 얼얼하지 않고 깔끔한 뒷맛을 자랑한다. 취향에 따라 하리사 소스를 곁들이면 이국적이지만 절대 낯설지 않은 매운맛을 경험할 수 있다.

얇은 또띠아를 각종 재료로 채워 풍만함을 자랑하는 덕분에 든든한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가게의 상호명과 같은 또 다른 메뉴 ‘아타쉬케밥’은 한층 더 진하고 풍족한 맛을 선사하며 신선하고 건강한 느낌의 베를리너 케밥과는 정반대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아타쉬’가 페르시아 단어로 ‘불’을 뜻하는 만큼, ‘아타쉬케밥’에는 와일드 루꼴라 대신 감자, 가지, 호박, 양파, 파프리카 등 튀긴 채소들이 듬뿍 들어가 온기를 더했다. 튀기는 과정에서 채소는 한층 더 쥬시한 느낌과 더불어 겉은 바삭하되 속은 부드러운 식감을 갖게 돼 먹는 재미 역시 한층 배가된다.
이처럼 베를리너는 한층 건강하게, 아타쉬는 더욱 든든한 느낌으로 각기 다른 매력을 선사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매력은 한입 가득 물었을 때, 한입에 들어가지 않는 볼륨감에 있다. 유럽에서 케밥을 먹으며 풍족하고 풍만한 양에서 받았던 감동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싶었다는 조 셰프의 의도대로 두 케밥 모두 공통으로 극대화된 ‘볼륨감’으로 인해 만족감 역시 자연스레 더욱 높아진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조 셰프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음식이 케밥인 만큼, 이곳을 찾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한결같이 좋은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며 “한 끼 든든한 식사로, 간식으로, 야식으로, 해장으로. 팔색조처럼 어떤 상황에서나 잘 어울리는 케밥의 매력을 모두가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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