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멈춘 시곗바늘, 그런데도 시간은 흐른다... 에르메스 시계에 담긴 시간 철학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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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가 4월 7일 막 내린 워치스&원더스 제네바 시계 박람회에서 ‘정지된 시간(Le temps suspendu)’을 주제로 새 시계를 발표했다. 핵심 제품은 이번 박람회 테마와 동일한 이름의 메커니즘을 탑재한 ‘아쏘 르 땅 서스팡뒤’와 ‘에르메스 컷 르 땅 서스팡뒤’다.

아쏘 르 땅 서스팡뒤 워치.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선버스트 브룬 데세르 컬러 다이얼을 탑재했다.푸시버튼을 눌러 모듈을 작동시키면 시∙분침이 12시 방향으로 모이고, 날짜 포인터도 사라진다. 사진 에르메스
아쏘는 1978년 디자이너 앙리 도리니가 디자인한 브랜드 대표 컬렉션으로 말등자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케이스와 비대칭 러그가 특징인 시계다. 에르메스 컷 컬렉션은 지난해 같은 박람회를 통해 선보인 기대주다. 얼핏 보면 동그랗지만 완벽한 원형이 아닌 케이스가 특징이다.

워치스&원더스 제네바 시계 박람회에 참가한 에르메스의 부스 전경. 사진 에르메스
푸시버튼을 누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시곗바늘도 회전을 멈추는 르 땅 서스팡뒤 메커니즘은 2011년 처음 나왔다. 바쁜 현대사회 속 사람들이 잠깐이라도 시간의 흐름을 잊었으면 하는 마음에 고안했다고 한다.
이 메커니즘을 탑재한 아쏘 르 땅 서스팡뒤(당시 출시 제품도 새 시계와 이름이 같다)는 시각을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감성적인 이야기까지 녹여낸 덕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에르메스는 이 시계로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에서 남성 시계상까지 받았다. GPHG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매년 열리는 시상식으로 시계 업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린다.

3가지 버전으로 선보이는 아쏘 르 땅 서스팡뒤 워치. 사진 에르메스
멈춘 시곗바늘 계속 뛰는 심장
아쏘 르 땅 서스팡뒤의 매력은 역시 독창적 메커니즘이다. 케이스 9시 방향에 있는 푸시버튼을 누르는 즉시 현재 시각을 가리키던 시침과 분침이 다이얼 12시 방향 근처로 모여 더는 움직이지 않는다. 더불어 5시 방향에서 길게 뻗어 나와 날짜를 알려주는 포인터도 다이얼 아래로 모습을 감춘다. 멈춘 시곗바늘은 푸시버튼을 다시 눌러야만 제자리를 찾으며 현재 시각을 알려준다.

다이얼 가운데를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로 만들어 무브먼트를 드러냈다. 사진 에르메스
흥미로운 점은 시곗바늘이 멈춘 상태에도 시간의 흐름을 재고 있다는 사실. 에르메스는 자체 제작한 무브먼트 H1837 위에 모듈을 얹어 이 기능을 구현했다(2011년 첫선을 보일 당시에는 자사 무브먼트가 아니었다). 새 컬렉션은 사막 모래색을 닮은 ‘선버스트 브룬 데세르’ 또는 자줏빛의 ‘루즈 셀리에’ 컬러 다이얼을 사용한 화이트 골드 케이스 버전, 갈바닉 가공 처리한 선버스트 블루 다이얼을 사용한 로즈 골드 케이스 버전까지 총 3가지로 선보인다. 케이스 지름은 42mm로 모두 같다.

에르메스는 자체 제작 무브먼트에 르 땅 서스팡뒤 모듈을 얹었다. 사진 에르메스
거꾸로 도는 시곗바늘의 묘미
이 모듈형 메커니즘을 탑재한 또 다른 모델인 에르메스 컷 르 땅 서스팡뒤 역시 버튼을 누르면 시∙분침이 12시 방향 근처에서 멈춘다.
아쏘 르 땅 서스팡뒤와 다른 점은 4시 방향에 있는 24초 인디케이터다. 스몰 세컨즈(다이얼 한쪽 작은 원안에서 따로 움직이는 초침)로 보이나 이 시곗바늘은 24초마다 반시계방향으로 1회전 한다. 시간을 멈추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역행하는 효과를 더했다. 시간에 대한 브랜드 철학을 반영한 결과다. 60초에 1회전이 아닌 건, 프랑스 파리의 에르메스 플래그십 매장의 주소가 ’포부르 생토노레가 24번지’라서다.

베젤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에르메스 컷 르 땅 서스팡뒤 로즈 골드 워치. 8시 방향 푸시버튼을 누르면 시침과 분침이 12시 방향에 모여 멈춘다. 4시 방향 24초 인디케이터 위 바늘은 반시계방향으로 돈다. 사진 에르메스
이 컬렉션도 3가지 제품으로 나왔다. 오팔린 실버 다이얼에 로즈 골드 케이스가 기본 모델이다. 베젤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같은 소재 버전도 있다. 선버스트 레드 다이얼을 사용한 로즈 골드 제품은 시즌 한정 제품이다. 시계에 탑재된 무브먼트는 모듈을 얹은 H1912다. 이 시계의 심장 역시 에르메스가 자체 제작했다. 케이스 크기는 지난해 제품보다 3mm 키운 지름 39mm다. 베이스 무브먼트 위에 모듈을 얹기 위한 결정이었다.

루즈 셀리에 다이얼을 탑재한 화이트 골드 버전 에르메스 컷 르 땅 서스팡뒤 워치.사진 에르메스

에르메스 컷 르 땅 서스팡뒤 워치 착용 사진. 사진 에르메스
목걸이로 브로치로 바뀌는 시계
에르메스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쉔 당크르 체인 모티브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마이용 리브르’ 컬렉션도 함께 선보였다. 젬 스톤을 풍부하게 사용한 브레이슬릿 워치와 브로치 워치로 내놨다.

펜던트 목걸이로 브로치로 사용 가능한 마이용 리브르 컬렉션. 사진 에르메스
특히 브로치 워치는 재킷의 라펠이나 소맷부리에 달 수 있고, 가죽 스트랩을 연결해 목걸이 형태로 연출할 수 있다. 성별을 가리지 않으며 시계의 고정된 스타일에서 벗어난 점에서 에르메스의 디자인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제품이다.

마이용 리브르 브레이슬릿 워치. 하이 주얼리 타임피스다. 사진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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