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국민가수 66년…“팬들의 은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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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미자가 콘서트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맥(脈)을 이음’을 끝으로 공연 개최 및 음반 발매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 쇼당이엔티]

“공연 준비에 온정신을 쏟고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연습도 하고 리허설도 다를 것 없이 합니다.”

66년간 국민가수로 살아온 이미자(83)는 마지막 콘서트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맥(脈)을 이음’을 몇 주 앞두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마지막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앞선 기자회견에서는 “은퇴는 아니다. 후배들이 필요하다면 게스트로 무대에 설 수도 있다”고 했다.

이미자는 준비해 온 대로 26~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공연에서 변함없는 가창력을 뽐냈다. “사실은 감기에 걸렸다”고 말했으나 흔들림 없는 고음을 내지르고, 노래에 맞춰 감정선을 표현해 관객들의 환호성을 이끌었다. 2회 차 총 6000석이 전석 매진됐다.

이선배(91)씨는 2010년 같은 곳에서 열린 데뷔 50주년 기념 콘서트에 이어 두 번째로 이미자의 공연을 찾았다. “군에서 제대했던 1959년에 이미자가 데뷔했다. 그때부터 노래를 참 잘한다 생각했고, 산업 일꾼으로서 일할 때도 노동요 삼아 그의 노래를 듣곤 했다”고 이미자에 얽힌 추억을 털어놨다.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이미자는 ‘섬마을 선생님’ ‘여로’ ‘여자의 일생’ ‘흑산도 아가씨’ 등 수많은 곡을 히트시키며 66년간 전통가요의 뿌리를 지켜왔다. ‘동백아가씨’는 음반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 35주 연속 인기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진기록을 세우며 한국 대중음악사의 한 획을 그었다. 2023년 대중음악인 최초로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노래는 나의 인생’을 부르며 무대에 등장한 이미자는 135분의 러닝타임을 후배 가수들과 채웠다. 주현미·조항조·김용빈·정서주가 함께했다. 지휘자 김철수가 이끄는 오케스트라에 안기승 악단까지 30개의 악기가 이들의 노래를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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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이미자의 마지막 콘서트를 찾은 관객들이 포토월에서 촬영하기 위해 줄지어 선 모습. [연합뉴스]

이미자는 27일 마지막 무대에서 “가수 인생, 기쁜 날만큼 외롭고 가슴 아픈 순간도 많았다”며 “크게 사랑을 받은 ‘동백아가씨’가 금지곡으로 묶였을 땐 죽어야 하나 하는 마음까지 가졌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동백아가씨’는) 22년 만에 해금됐고, 그동안에도 꾸준히 사랑해 준 팬들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는 것 같다. 은혜를 많이 입고 끝난다는 생각이다”며 “힘들었지만 시대의 변화를 대변하는 전통가요를 불러왔다는 데 긍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곡으로는 2009년 발매한 데뷔 50주년 기념곡 ‘내 삶의 이유 있음은’을 불렀다. ‘외롭고 고달픈 인생이었지만 내 안에 노래가 가득했다’는 내용의 곡이다. 주현미는 “전통가요를 잘 이어달라는 말씀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앙코르에서는 후배들과 ‘섬마을 선생님’을 합창했다. “행복하고, 한편으론 서운하고 또 흐뭇하다”고 소감을 밝힌 그는 “관객 분들이 다같이 ‘섬마을 선생님’을 불러주시면 정말 기쁘게 끝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광판엔 이미자의 진심 어린 메시지가 흘렀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늘 떨리고 설렜습니다.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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