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푸틴, 세 번째 일방적 휴전 선언…트럼프가 압박하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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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달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을 맞아 3일 동안 휴전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벌써 세 번째 휴전 선언이다.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재 등을 언급하며 압박할 때 마다 이를 무마하고자 임시방편식으로 휴전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28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전승절(5월 9일) 연휴인 다음 달 8∼10일(현지시간) 사흘 간 휴전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휴전 기간은 5월 8일 0시부터 10일 밤 12시까지 총 72시간이다. 크렘린궁은 이어 "인도주의적 고려를 바탕으로 한 푸틴 러시아연방군 최고사령관의 결정"이라며 "이 기간 모든 군사 행동이 금지되며 우크라이나도 따라야 한다. 만일 위반하면 러시아군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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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이 같은 조치는 트럼프가 푸틴 비판 발언을 한 뒤 나왔다. 트럼프는 지난 26일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참석 차 바티칸을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푸틴의 우크라이나 폭격을 비판하는 한편 대러 추가제재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튿날인 27일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주가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 중재를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주가 될 것"이라며 사실상 '데드라인'을 제시했다.

푸틴은 앞서 지난 19일에도 트럼프가 종전 협상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고 압박하자 '부활절(4월 20일) 72시간 휴전'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당시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만약 러시아, 우크라이나, 한쪽이라도 협상을 어렵게 만들면 우린 그냥 '당신들은 어리석다'라고 말하고 협상에서 빠질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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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환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측은 푸틴의 반복되는 일방적 휴전 선언을 '조작 시도'라고 규정했다. 젤렌스키는 28일 X(옛 트위터)에서 "러시아는 미국을 속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리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더타임스에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더 큰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며 "어떤 조치도 전술적 책략일 뿐이며, 우크라이나가 저항을 중단하도록 하기 위한 '투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을 공식화한 것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항구적 휴전'이라는 트럼프의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푸틴이 잠정적 휴전을 제안한 것으로 이해한다"면서 이처럼 밝혔다.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도 같은 날 X에 올린 글에서 "전쟁을 끝내려면, 푸틴이 제안한 일시적인 휴전이 아니라 영구적이고 무조건적이며 포괄적인 휴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앞서 지난 2023년 1월에도 임시 휴전을 선언했었다. 1월 6일 정오부터 1월 7일 자정까지 36시간 휴전이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키릴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가 "신자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와 성탄절에 예배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한 걸 수용하는 모양새였으나, 당시 젤렌스키는 영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멈추고 무기와 병력을 이동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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