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사상 첫 최중량급 '투톱 체제' 한국 유도, 무한경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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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량급 간판 김민종을 쓰러뜨린 이승엽. 사진 IJF
그동안 올림픽 효자 종목 유도의 주력 체급은 경량급이었다. 남자 66㎏급의 최민호(2008년 금)와 조준호(2012년 동), 남자 73㎏급의 이원희(2004년 금)와 김재범(2012년 81㎏급 금)은 경량급 유도에서 치열한 라이벌전을 벌인 대표 스타다. 그런데 최근 한국 유도의 무게 중심이 최중량급으로 쏠리고 있다. 국제 무대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이 남·여 유도에서 잇달아 등장하며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면서다.
남자 100㎏ 이상급의 김민종(25)-이승엽(25), 여자 78㎏ 이상급(이상 최중량급)의 김하윤(25)-이현지(18)다. 28일 끝난 태국 아시아선수권에서 이승엽(금)과 김민종(동)은 나란히 시상대에 섰다. 이현지도 동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유도의 자존심을 세웠다. 김하윤은 부상으로 불참했다. 한국의 취약 종목이었던 최중량급에서 남녀 모두 '투톱 체제'가 형성된 건 처음이다.

나란히 아시아선수권 시상대에 선 이승엽(왼쪽)과 김민종. 사진 대한유도회
남자부는 파리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김민종의 독주가 이어질 것처럼 보였다. 최중량급에서 '아담한 체격(1m84㎝·135㎏)'으로도 2m대 유럽 거구들을 매트에 눕히는 그의 스피드에 맞설 선수가 국내엔 없다는 분석이었다. '김민종의 훈련파트너' 이승엽이 유도계의 예상을 뒤엎었다. 올림픽 후 김민종은 반년간 휴식했는데, 이 기간 이승엽이 황희태 남자대표팀 감독에게 집중 훈련을 받고 힘과 체력이 급상승했다.
이승엽은 원래 100㎏급 선수였다. 1m94㎝의 큰 키에 비해 날렵한 체형이었다. 덕분에 최중량급 선수들은 익히지 못한 화려한 발기술을 구사했다. 체격을 고려해 대학 시절 체급을 한 단계 올렸다. '전략적 결정'은 통했다. 150㎏까지 체중이 늘고, 힘이 붙은 데다 최중량급에선 볼 수 없는 발기술까지 보유한 그는 올해 김민종의 라이벌로 떠올랐다. 세계 36위 이승엽은 이번 아시아선수권 4강에서 2위 김민종을 빗당겨치기 되치기 절반승으로 물리치는 이변을 연출했다. 훈련 상대였던 이승엽은 김민종의 기술을 훤히 들여다 본 데다 힘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황희태 감독은 "김민종과 이승엽이 모의 경기를 펼치면 40분(정규시간 4분) 이상 뒤엉켜 싸우는 경우만 수 차례"라며 "이젠 1진과 파트너 구분이 없다"며 말했다.

여자 최중량급 기대주 이현지(가운데)가 대표팀 동료 허미미(왼쪽)와 장세윤을 양 팔로 번쩍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여자 최중량급은 간판 스타 김하윤(1m78㎝·110㎏)과 '고교생 괴물' 이현지(1m81㎝·138㎏)의 무한 경쟁이 막을 올렸다. 이현지도 훈련 파트너였다. 이현지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파리올림픽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낸 김하윤을 제치고 올해 국가대표 1진으로 올라섰다. 이현지는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지난해 우승에 이어 2년 연속 입상에 성공했다. 이현지(세계 8위)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여자 최중량급은 톱10(김하윤 4위)에 두 명의 선수가 진입하는 황금기를 맞았다.
이현지는 이미 중3 때이던 2022년에 '성인 무대에서 통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잦은 대회 출전으로 몸을 혹사하는 대신 연간 2~3개 청소년대회에만 나서며 기본기를 다지는 '맞춤식 전략'을 짰다. 남자 선수를 능가하는 파워를 기른 이현지는 지난해 성인 무대 데뷔와 동시에 각종 대회에서 '입상 행진'을 펼쳤다.
김하윤은 국제 대회에서 22개의 메달(금8·은3·동12)을 쓸어담은 '경험'으로 맞선다. 국제유도연맹(IJF)도 혜성처럼 나타난 이승엽과 이현지를 주목했다. 금호연 대한유도회 경기력향상위원장은 "과거 최중량급은 정상급 1진 선수 배출도 어려웠는데, 더는 그렇지 않다. 남여부에서 라이벌 구도가 자리 잡으면서 내년 아시안게임과 2028 LA올림픽 출전권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최종량급의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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