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데 모인 조선통신사 유물, 400년 전 한·일 ‘평화 교류’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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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서울 종로구)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조선통신사 특별전 ‘마음의 사귐, 여운이 물결처럼’을 6월29일까지 연다. 전시에는 재일 역사학자 신기수(1931~2002)씨가 평생에 걸쳐 조사·수집하고 오사카역사박물관이 인수한 ‘신기수 컬렉션’(약 140점) 가운데 28점도 선보인다. 지난 24일 언론공개회에서 신기수씨의 딸 신이화 프로듀서와 오사카역사박물관의 오사와 겐이치 관장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뒤로 보이는 유물은 신기수 컬렉션 중 하나인 '조선통신사어누선도병풍'(18세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오사카역사박물관).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2015년 한·일 수교 50주년 때도 전시를 제안했는데, 잘 안됐습니다. ‘시대가 어려울수록 조선통신사의 의미를 돌아봐야 하지 않겠나’ 하고 2년 전부터 다시 추진했고, 60주년을 맞아 이처럼 여러 유물이 한자리에 모이게 돼 기쁩니다.”(신이화 프로듀서)

서울역사박물관, 한일수교 60주년 특별전 #일본 희귀 유물 등 111건 128점 한자리에 #조선통신사 역사 밝힌 고 신기수 컬렉션도 #"시대 어려울 수록 평화의 과거 기억해야"

임진왜란 후 200여년 동안 조선과 일본 간 평화 교류의 상징이던 조선통신사 관련 유물 111건 128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역사박물관(서울 종로구)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마련한 ‘마음의 사귐, 여운이 물결처럼’(6월29일까지)에서다. 오사카역사박물관, 에도도쿄박물관 등 일본 8개 기관을 포함해 총 19개 기관·개인의 소장품이 어우러진 역대 최대 규모의 조선통신사 전시다.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유물 24건, 일본 지정문화재 8건, 한국 지정문화유산 4건 등 보물급 유물만 32건(중복 지정 제외)에 이른다. 조선통신사 관련한 일본 유물이 국내에 대거 선보이는 건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도쿄국립박물관과 공동기획으로 1986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이래 처음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의 조선통신사 특별전 ‘마음의 사귐, 여운이 물결처럼’ 언론공개회에서 중앙일보와 만난 오사카역사박물관의 오사와 겐이치 관장(왼쪽)과 재일 사학자 신기수(1931~2002)씨의 딸 신이화 프로듀서.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지난 24일 언론 공개회 때 감회에 차서 전시를 둘러본 두 사람이 있다. 재일교포 사학자로서 평생에 걸쳐 조선통신사 역사를 연구하고 자료를 수집해 세상에 알린 신기수(1931~2002)씨의 딸 신이화 프로듀서와 2001년 141점의 ‘신기수 컬렉션’(약 140점)을 인수한 오사카역사박물관의 오사와 겐이치 관장이다. 이번 전시엔 ‘조선통신사어누선도병풍’(18세기) 등 신기수 컬렉션 28점도 나들이했다. 오사와 관장은 박물관의 전신인 오사카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 시절부터 신이수 선생과 반평생 교분을 맺었고 1994년 자체적으로 조선통신사 전시를 열기도 했다. “우리 박물관뿐 아니라 일본 내 주요 유물이 거의 다 건너왔고 기념할 만한 해에 전시가 열려 한·일 협력 차원에서 뜻 깊다”고 했다.

서울역사박물관(서울 종로구)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조선통신사 특별전 ‘마음의 사귐, 여운이 물결처럼’을 6월29일까지 연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4건을 포함해 국내외 18개 기관이 소장한 총 111건, 128점의 유물이 선보인다. 사진은 조선통신사어누선도병풍(18세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오사카역사박물관).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신이수 선생은 에도 시대(1603~1867)부터 2차세계대전 후까지 한일 관계를 연구하면서 특히 1607년부터 1811년 사이 12차례에 걸쳐 이뤄진 조선통신사 사행(使行·사신 행차)에 천착했다. 그가 남긴 저서 20여권과 기록영화 5편 가운데 ‘에도시대의 조선통신사’(1979)는 이 분야의 기념비적 다큐물로 쓰시마(對馬·대마도),오사카(大阪), 에도(도쿄) 등 통신사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며 관련 자료를 발굴·조명했다.

교토 히가시야마의 절 센뉴지(泉涌寺)에는 일곱 번이나 찾아가 간청한 끝에 이곳에 소장된 ‘조선통신사환대도 병풍’을 카메라에 담았다. 1655년 제6차 사행 때 쇼군의 명령에 따라 제작된 이 금빛 병풍 한쌍은 통신사의 장대한 행렬과 국서 전달 과정 등이 생생히 담긴 역작으로 2007년 이후 20년 만에 국내 선보인다(5월 25일까지만 전시).

서울역사박물관(서울 종로구)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조선통신사 특별전 ‘마음의 사귐, 여운이 물결처럼’을 6월29일까지 연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4건을 포함해 국내외 18개 기관이 소장한 총 111건, 128점의 유물이 선보인다. 사진은 에도에서 통신사 일행이 화려한 환대를 받는 장면을 금병풍으로 담은 '통신사환대도병풍'(가노 마스노부, 1655,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교토시 지정문화재, 센뉴지).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당시 조선통신사가 방문할 때마다 에도 막부는 금 100만 냥(17세기 일본 농업생산의 약 3%에 해당)을 쏟아부어 환대했고, 이 때문에 사신 행렬은 일본인들에게도 진귀한 구경거리였다. 이를 일본인의 시선에서 그려낸 대형 두루마리 기록화 ‘조선통신사등성행렬도권’(시모노세키시립역사박물관)에는 에도 시민들의 호기심에 찬 표정이 생생하다. 그림 속엔 마치 만화의 말풍선처럼 “음식이 맛있어 귀국할 때는 못 알아볼 정도로 살이 쪘다고 한다” 등의 시민 반응도 곁들여져 있는데, 번역본을 전시실 디지털 키오스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도 일본 미구쿠루미타마(美具久留御魂)신사의 에마(繪馬, 신사에 봉헌하는 그림) 등 처음 공개되는 유물이 20여점에 이른다.

신 프로듀서는 “아버지가 늘 하신 말씀처럼, 한·일 관계는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있을 테지만 과거에 이렇게 사이좋았던 시기가 있었단 걸 알게 되면 양국 관계가 헤맬 때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조선통신사라는 걸 들어보긴 했어도 깊이 알지는 못하는 분들께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전시를 기획한 서울역사박물관의 오지영 학예연구사는 “통신사는 국가 외교로 시작했지만 개인 간 유대로 확장됐고 문화 저변에 깊은 흔적을 남겨 사실상 오늘날 한류의 원동력이 됐다”면서 “평화의 상징인 통신사 전시를 통해 한·일 교류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역사박물관(서울 종로구)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조선통신사 특별전 ‘마음의 사귐, 여운이 물결처럼’을 6월29일까지 연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4건을 포함해 국내외 18개 기관이 소장한 총 111건, 128점의 유물이 선보인다. 사진은 조선통신사의 국서 전명식 당시 외교관의 복식을 정밀하게 그린 '신미통신사정장복식도권'(1811, 국사편찬위원회).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서울 종로구)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조선통신사 특별전 ‘마음의 사귐, 여운이 물결처럼’을 6월29일까지 연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4건을 포함해 국내외 18개 기관이 소장한 총 111건, 128점의 유물이 선보인다. 사진은 조선 손님들의 시를 엮어 보관한 '한객사장'(1711,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교토시 지정문화재, 쇼코쿠지 지쇼인).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서울 종로구)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조선통신사 특별전 ‘마음의 사귐, 여운이 물결처럼’을 6월29일까지 연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4건을 포함해 국내외 18개 기관이 소장한 총 111건, 128점의 유물이 선보인다. 사진은 한글이 새겨진 주문 도자 ‘조션국’ 한글명 철화백자병(18-19세기, 료소쿠인). 당시 한일 간의 활발한 문화 교류를 엿볼 수 있다.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서울 종로구)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조선통신사 특별전 ‘마음의 사귐, 여운이 물결처럼’을 6월29일까지 연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4건을 포함해 국내외 18개 기관이 소장한 총 111건, 128점의 유물이 선보인다. 사진은 사명대사 유묵(사명대사, 1605, 일본 개인 소장). 조선과 일본 교류 물꼬를 트기 위한 교토 후시미성에서의 회담을 앞둔 심정을 적었다. 사진 서울역사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