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6조 체코 낭보…원전 팀코리아 ‘일거삼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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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수출이 반가운 이유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한 ‘팀 코리아’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수주를 확정했다. 1일 정부·재계에 따르면 최종 계약은 오는 7일에 체결한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두 번째 원전 수주 성공이자, 원전시장의 중심인 유럽에 처음으로 ‘팀 코리아’ 깃발을 꽂은 쾌거다. 총 예상 사업비가 바라카 원전과 비슷한 약 26조원으로 대규모인 데다 ▶‘내륙 원전’ 첫 진출 ▶경제 낙수 효과 ▶체코와 경제 협력 강화 등 의미가 크다.

원전은 발전 과정에서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수가 필요해 해안에 짓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체코 원전은 내륙에 짓는 ‘담수형 원자로’다. 냉각탑 등 추가 시설이 필요한 만큼 기술력이 중요하다. 내륙 원전을 만든 경험이 있는 미국·프랑스와 경쟁해 따낸 수주란 점에서 향후 글로벌 수주 경쟁에도 유리할 수 있다.

낙수 효과도 만만치 않다. 한수원과 한전기술·한전KPS 등 한전 계열사뿐 아니라 민간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설비), 대우건설(시공) 등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라서다. 정부는 원전 기자재와 부품사 등 300여 곳이 현지에 동반 진출할 것으로 본다.

체코 자체가 유럽으로 향하는 교두보란 점도 청신호다. 체코는 국내 자동차·전자·2차전지 등 관련 업체 100여 곳 이상이 진출한 ‘유럽의 공장’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차 체코 공장은 유럽 지역의 핵심 생산 거점이다. 두산은 최근 두산스코다파워를 현지에서 상장했다. 전장 사업에 집중하는 LG는 2018년 체코의 자동차 헤드램프 기업 ZKW를 인수한 데 이어 2차전지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유럽 시장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넥센타이어는 올해 현지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3년 연간 650억 달러 규모인 세계 원자력 발전 투자가 오는 2030년까지 연간 700억~150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AI(인공지능) 혁명이 촉발한 전력 수요 급증 등의 영향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고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에서 추진 중인 원전 프로젝트는 총 186개다.

하지만 체코 원전에서 얻은 ‘팀 코리아’의 성과가 향후 수출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국은 원전 공사기간(온 타임·on time)과 예산(위딘버짓·within budget) 준수로 수주 경쟁력을 높이고 있지만, 마진(순익)이 크지 않은 ‘저가 수주’에 대한 우려도 그만큼 크다. 한전과 한수원으로 이원화된 원전 수출 판로도 불안요소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한수원으로 수출 역량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UAE 바라카 원전 수주 등으로 쌓은 한전의 원전 노하우를 무시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와 관계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수원·한전은 웨스팅하우스와 지난 1월 전격적으로 지식재산권 분쟁을 해소했다. 양측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지만, 유럽 수주는 웨스팅하우스가 주도하고, 한국은 중동·동남아 등 수주에 집중하는 식으로 합의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수원의 주력 노형은 APR1400이고, 이번 체코에 수출한 것은 APR1400에서 출력을 줄이고, 안정성을 개선한 APR1000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APR1400이 최초로 표준 설계 인증을 받은 건 2001년으로, 사실상 1990년대 기술”이라며 “APR1400 이후 노형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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