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나는 절로’에 부처 ‘생카’까지…번뇌하는 MZ 사로잡는 불교
-
3회 연결
본문

부처님 오신 날인 5일 서울 동대문구 연화사 내 ‘부처님 생신 카페’는 긴 대기 줄로 발 디디기 힘들었다.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부처님 생신 카페엔 15명가량이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섰다. 박종서 기자
부처님 생신 카페도 있고 잘 나가는 연예인 못지않으시네요(웃음)
불기 2569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은 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연화사에선 ‘부처님 생신 카페’에 방문하려는 30여명의 시민으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줄을 선 방문객 중엔 20대~30대도 적잖았다. 내부에 마련된 20여석의 자리도 빈틈 없이 꽉 채워져 있었다. 카페엔 ‘Happy birthday Buddha(부처님 생신 축하해요)’라는 글이 적힌 풍선이 내걸렸고, ‘부처님과 함께라면 그곳이 어디든 극락일 거야’라는 글귀의 종이도 벽에 붙어 있었다.
부처님 ‘생카(생일 카페)’에 온 직장인 박현민(30)씨는 “한때 아이돌을 좋아해서 생일 카페 문화를 잘 아는데 부처님 생신 카페가 참신하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생카란 연예인 팬덤에서 비롯된 문화로, 아이돌이나 만화 캐릭터 등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팬들이 이벤트성으로 여는 카페를 말한다. 연화사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부처님 생카를 열고 있다.

5일 동대문구 연화사 부처님 생신 카페에 ‘Happy birthday Buddha(부처님 생신 축하해요)’라는 글귀의 풍선이 걸렸다. 방문객들은 풍선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박종서 기자
이날 연화사에 온 방문객들은 풍선이나 글귀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놀이공원에 온 듯 즐거워했다. 연화사에서도 연꽃 모양의 초콜릿으로 장식한 ‘연꽃 라떼’를 메뉴로 준비했다. 불교에서 연꽃은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를 상징한다. 지난달 30일부터 운영된 연화사 부처님 생카에선 총 500잔 분량의 연꽃 라떼를 준비했는데, 이날 오후 준비된 재료가 모두 소진됐다.
대학생 김수정(26)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관련 게시글을 보고, 난생처음으로 절에 왔다”며 “취업 스트레스에 계속 시달리고 있는데 마음이 한결 평온해진다”고 했다. SNS ‘엑스(X·옛 트위터)’엔 이날 오후 3시 기준 부처님 생신 카페 관련 게시글의 조회수가 51만3000회를 넘었다.

5일 동대문구 연화사 부처님 생신 카페 내부. '부처님과 함께라면 그곳이 어디든 극락일 거야'라고 적힌 손팻말이 놓여 있다. 손팻말은 연예인 팬덤 문화에서 비롯됐다. 박종서 기자
종교를 보다 쉽게 해석하는 불교계의 행보에 젊은 층도 호응하고 있다. 지난달 3~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의 경우 관람객 중 다수가 MZ 세대로 조사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박람회 사전등록자 4만2765명 중 20·30대의 비율은 76%(약 3만2500명)였다. 불교박람회 외에도 절에 머물면서 숙식 체험을 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도 MZ 세대 사이에서 인기다.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61만707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템플스테이를 시작한 2002년(1만1714명)보다 약 52배 늘었다.
연애 프로그램 ‘나는 솔로’에서 따온 미혼남녀 만남 프로그램인 ‘나는 절로’도 인기다.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경남 하동 쌍계사에서 지난달 18일부터 1박 2일간 나는 절로 행사를 진행했다. 1300여명의 신청자가 몰려 경쟁률이 50대 1을 넘었다. 지난해 4월 인천시 전등사에서 열린 ‘나는 절로, 전등사’가 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일 년 새 3배 이상 치열해졌다.
코미디언 윤성호(49)씨의 부(副)캐릭터(부캐)인 ‘뉴진스님’도 화제가 됐다. 윤씨는 2023년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EDM)인 ‘부처핸섬’을 선보였는데 그의 공연 영상은 유튜브에서 5일 기준 조회수 119만회를 기록했다. 해당 영상엔 ‘재밌어서 그런가 자연스레 불교에 관심이 가게 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지난달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서울국제불교박람회'와 '제13회 붓다아트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불교계에선 젊은 세대의 호응 배경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진입 장벽이 낮아진 데 있다고 분석한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인 묘장스님은 “절의 이미지가 젊은 층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며 “불교는 오래되고 낡았다고 비쳐진 것과는 달리 이제는 불교를 쉽고 친근하게 받아들일 기회가 많아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교의 유연한 분위기가 자유를 선호하는 MZ 세대의 선호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보인다”며 “취업 등 미래에 대한 번뇌의 답을 스스로에게서 찾을 수 있어 불교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