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관객 1만명 줄어든 아트 부산…대작도 큰 손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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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부산 2025’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 1전시장 입구에 방정아의 대형 걸개 ‘올리버 스토의 수영’과 ‘얼씨구 절씨구’가 드리워졌다. 송봉근 기자

긴 입장 줄도, 오픈런도 없었다. 상반기 최대 국제 아트페어인 아트 부산 얘기다. 올해로 14회다. 지난해보다 1만명가량 줄어든 6만 관객을 동원하고 11일 막을 내렸다. 8일 VIP 개막부터 부산 벡스코 1전시장은 한산했다. 17개 나라에서 109개 갤러리가 참가했지만 지난해 129개, 2023년 145개 갤러리가 참가했던 것에 비해 해마다 규모가 줄고 있다. 부스가 줄어 넓어진 통로를 관람객이 채우지 못했다. 서울의 한 갤러리 관계자는 “몇 년 전엔 부스에서 손님 맞기 바빴는데 이번엔 차분한 분위기에 당황했다”고 털어놓았다.

정점은 팬데믹 회복세가 두드러진 2022년이었다. 세계 유수 화랑이 모여들고, 피카소·리히터·바젤리츠 등 대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입소문에 관객 10만 2000명이 몰렸다. 당시 매출이 746억원까지 치솟았으나 아트 부산 측은 이듬해부터 매출 집계를 내놓지 못했다. 이후 국내외 대형 화랑들의 참여가 저조해지면서 아트페어의 퀄리티 유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참가 갤러리의 22%가 영남권에서 왔고, 29곳이 아트 부산에 처음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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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 갤러리 부스에 나온 권오상의 조각을 보는 관람객. 송봉근 기자

◆대작보다는 실속, 판매 양극화=사는 사람은 샀고, ‘팔리는 화랑’은 팔렸다. 그러나 다수의 중소·신생 화랑들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해 불참한 아라리오갤러리의 강소정 총괄디렉터는 “첫날 권오상의 사진 조각 5점(각 1500만 원 대) 등 25점 넘게 판매했다. 금액대가 높지 않은 작품들로 구성해 새로운 컬렉터를 만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역시 지난해 불참한 갤러리현대는 이번에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풍경화를 선보이는 김보희(73)의 작품 12점만으로 부스를 꾸렸다. 출품작을 모두 판매, 1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국제갤러리는 김윤신과 우고 론디노네의 회화를 각각 9000만 원 선에 판매했다.

미술시장은 작품을 화랑이 전시나 아트페어로 유통하는 1차 시장, 여기서 사들인 작품을 경매로 거래하는 2차 시장으로 나뉜다. 아트페어는 작가에게 작품을 받아 새로운 컬렉터를 만나는 플랫폼이다. 화랑들이 주최 측에 수백만원부터 수천만 원까지 사용료를 내고 4일 가량 부스를 차려 작품을 판매해 작가들과 수익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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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는 김보희의 풍경화만으로 부스를 꾸렸다. [뉴스1]

◆불확실성 가중, 지갑 열 기분 아냐=사실 잘 되긴 어려운 분위기였다. 불확실성이 높아가는 국내외 정치·경제 상황에서 해외 화랑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컬렉터들의 지갑을 열기도 녹록지 않았다. 지난달 아트 바젤과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공개한 ‘세계 미술시장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12% 줄어든 575억 달러(약 80조 7000억원)로 집계됐다. 2022년까지의 팬데믹 이후 회복세가 2년째 둔화하는 가운데 고가 미술품 시장 위축이 두드러졌다. 올드 마스터(1800년 이전 유럽서 활동한 숙련된 화가 및 이들의 작품)의 경매 매출이 전년 대비 25% 감소한 게 주원인이다. 중국 미술시장은 전년 대비 31% 급감, 한국은 15% 줄어들었다.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매출은 줄었지만 거래작품 수는 3% 늘어 4050만 건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5만 달러(약 6970만원) 미만 작품의 판매가 늘면서 시장의 저변이 확대됐다. 화랑 고객의 44%가 신규 구매자로, 이들을 만나는 가장 중요한 채널이 아트페어다. 좀처럼 지갑이 열리지 않는 분위기에서도 아트페어가 계속되는 이유다. 갤러리 그림손 최지환 대표는 “갤러리에서 한 달 전시하는 것보다 아트페어 나흘 간 더 많은 사람을 만나 작가와 작품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3월 말 아트 바젤 홍콩부터 지난달 서울의 아트오앤오와 화랑미술제, 이달 말 조형서울과 다음달 화랑미술제 수원까지 페어가 이어진다. 아트 부산 기간에도 프리즈 뉴욕과 아트페어 도쿄, 타이베이 당다이까지 네 개의 아트페어가 겹쳤다.

3년째 고전 중인 아트 부산은 올해도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한 ‘퓨처’ 섹션을 강화했다. 설립 4년차 이하 국내외 화랑 19곳이 미니 부스를 꾸렸다. 전시 섹션 ‘커넥트’에선 김상돈, 호우이팅 등 화랑 부스에서는 보기 어려운 작가를 소개했다. 수많은 아트페어 가운데 차별화 요소를 내세워 일단 사람부터 불러들이는 게 아트 부산의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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