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오일머니’ 850조원 끌어낸 트럼프 “나는 피스메이커”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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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중동의 첫 번째 방문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6000억 달러(약 850조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그러면서 전세계 갈등 상황을 한꺼번에 꺼내들며 “나는 피스메이커(peace maker·평화중재자)”라고 주장하는 등 성과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한 뒤 ‘전략적 경제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엔 6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에너지, 국방, 자원 분야의 협력안이 담겼다. 미국 12개 방산기업이 사우디에 1420억 달러(약 201조원)에 달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방위장비를 판매하는 계약을 비롯해 사우디 군대 역량 강화를 위해 훈련을 지원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미국이 사우디에 안보 협력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대규모 투자를 받는 ‘빅딜’의 성격이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정한 듯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미뤘던 안보 이슈를 집중적으로 꺼내 들었다. 먼저 2012년 단교한 시리아에 “모든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과 25년 만에 만난 자리에서 “시리아의 새 정부와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이스라엘과의 관계 회복을 촉구했다.
이란에 대해선 “영원한 적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며 “합의하기를 원하지만 그러려면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말고 테러 지원을 멈춰야 한다”며 “이란이 이웃 국가를 계속 공격한다면 미국은 최대 압박을 가하고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안보 관련 ‘과제’를 일거에 해결하겠다며 “내 소망은 피스메이커이자 통합자(unifier)이고, 미국 대통령으로서 우선순위는 항상 평화와 파트너십”이라고 주장했다. 동맹국이 미국을 “약탈했다”며 무차별적으로 관세를 부과했던 것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난다.
그는 15일 튀르키예에서 열릴 예정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접촉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참석을 전제로 “내가 가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동행 중인 CBS 기자는 “트럼프가 오늘 아니면 내일, 그리고 금요일쯤 좋은 소식이 나올 것 같다”며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비쳤다고 X(옛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 양측의 접촉은 러시아가 먼저 제안한 이후 우크라이나가 푸틴 대통령의 참석을 역제안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지만, 크렘린궁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 관련 언급을 최소화했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을 직접 상대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영국과의 협상에서도 타결이 임박해 돼지고기와 에탄올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직접 통화했다”고 답했다. 스스로 담판에 나서 부정적 평가를 받은 관세전쟁을 ‘승리’로 바꾸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극단적 입장을 취하다가 결국 물러서서 스스로 승리를 선언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문제가 당면한 시험대가 될텐데, 관세에서 트럼프가 40일만에 물러난 것을 확인한 러시아와 이란은 트럼프의 행동을 지켜본 뒤 전략을 다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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