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HMM 부산 이전, 해운대계” “사업효율 보면 서울이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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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이전 공약 논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4일 쏘아 올린 HMM 본사 부산 이전안에 해운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HMM은 민간 기업이지만, 15일 현재 산업은행(36.02%), 한국해양진흥공사(35.67%), 국민연금(5.17%) 등 지분 76.86%를 정부 측이 보유하고 있다. 정부 주도 하에 HMM 본사를 서울 여의도에서 모항이 있는 부산으로 이전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란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민간기업의 이익을 침해한다” “해운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내 최대 국적 해운사인 HMM은 선복량 91만3867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글로벌 8위 규모다. 지난해 해운업 호황으로 영업이익 3조5128억원(영업이익률 30%)을 냈고 사내유보금(이익잉여금, 14조2877억원)도 두둑하다. 2016년 해운업 구조조정 당시 현대그룹에서 분리되면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 지원 하에 경영 정상화를 추진해왔다. 2020년엔 사명도 현대상선에서 HMM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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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민주당의 HMM 이전 로드맵은 이렇다. 대선 승리 시 올해 하반기 해양수산부를, 내년 상반기 해사법원을 부산으로 이전한다. 이후 HMM 본사를 옮기고 중소규모 해운사도 유치해 부산에 해운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것. 부지는 부산 북항이나 신항이 검토되고 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정책·분쟁 관련 업무가 수월해지고 해운사 간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해운업을 위한 백년대계”라고 말했다. 2023년 기준 부산항은 연간 물류처리량 2295만TEU로 세계 6위이기에 해운사 본사 입지로도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HMM 본사가 고부가가치 화물 유치와 해상운송 네트워크를 확보하려면 금융·인적 인프라가 좋은 서울에 있는 게 낫다는 것이다. 글로벌 2위인 덴마크 머스크는 정책·금융 중심지 코펜하겐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해운사 임원은 “글로벌 해운사는 사업 효율성을 기준으로 본사를 정한다”며 우려했다. 전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의 골자가 상장 회사 대주주나 경영진이 일반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규제하는 것”이라며 “개별 기업의 운명에 정부가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공약은 지양해야 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본사 이전시 서울에서 일하던 직원들의 불편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HMM의 직원 1824명 중 서울 근무자는 관리·영업·회계 등 육상직 1063명으로, 이전에 반대한다. 반면 부산에서 근무 중인 해상직(항해사·기관사·승무원 등 827명)은 찬반이 뚜렷하지 않다. 노조도 육상노조는 민주노총 소속, 해상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으로 갈라져 있다.

정성철 HMM 육상노조위원장은 “가족과 생이별할 수 있는 문제를 직원들과 상의 없이 추진하는 건 문제”라고 했다. 전재수 의원은 “주거 등 부산 이전 시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충분히 설득하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HMM 이전과 부산 인프라 구축 비용 일부를 HMM의 사내유보금에서 일부 충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사내유보금이 투자, 리스크 대비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쓰일 경우 기업가치가 떨어져 향후 채권단의 지분 매각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지난해 2월 하림-JKL파트너스컨소시엄의 HMM 인수가 무산된 원인 중에는 산업은행·해진공이 “(하림 측에) 사내유보금 사용 목적을 제한하라”고 요구한 것도 있었다. 이종천 숭실대 명예교수는 “HMM 구조조정을 위해 투입된 약 7조원의 공적 자금 회수를 위해선 본사 이전보다 민영화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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