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290년 역사의 브랜드가 만들면 다르다... 강력한 '스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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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다이버 워치의 효시로 잘 알려진 블랑팡 피프티 패덤즈 오토매틱 42mm의 새 모델이 공개됐다. 이번엔 스틸이다.
블랑팡은 지난해 선보인 레드 골드와 티타늄 버전에 이어 스틸 소재 모델로 또 한 번 완성도 높은 진화를 이뤄냈다. 브랜드 설립 290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계 브랜드로의 자부심도 담았다.

2025년 블랑팡의 기대주인 스틸 소재 피프티 패덤즈 오토매틱 42mm 모델. 사진 블랑팡
지난해 블랑팡은 피프티 패덤즈 컬렉션의 근간이기도 한 ‘오토매틱’ 모델을 42㎜ 사이즈로 선보이며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2007년 리뉴얼 출시 이후 줄곧 45㎜ 케이스를 고수해온 만큼, 3㎜ 줄어든 크기는 절대 작지 않은 변화다. 그 차이는 실제 손목에 착용했을 때 뚜렷하게 느껴진다. 소형화는 작고 정밀한 부품이 모이는 시계 분야에서 기술 발전을 의미한다.

2024년 티타늄과 레드 골드 소재로 먼저 선보인 피프티 패덤즈 오토매틱 42mm 모델. 사진 블랑팡
큰 사이즈의 다이버 워치가 부담스러웠던 이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되어준 이 모델은 은은한 금빛이 감도는 레드 골드와 가볍고 스크래치와 부식에 강한 티타늄 두 가지 소재로 먼저 공개돼 큰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올해, 블랑팡은 실용적이고 대중적인 소재인 스틸 케이스 버전을 새롭게 추가했다. 특히 1953년 등장한 오리지널 피프티 패덤즈가 스틸 케이스였던 만큼 이번 신제품 출시는 전통을 계승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의미 있다.

브랜드 설립 290주년을 기념해 5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팝업 전시를 진행한 블랑팡. 블랑팡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기계식 시계 브랜드다. 사진 블랑팡
피프티 패덤즈 오토매틱 42㎜
블랑팡은 스틸 케이스 전체에 폴리싱 가공 처리를 했다. 덕분에 손목에 찼을 때 어떤 각도에서도 빛을 반사하는 효과를 낸다. 컬렉션의 도드라진 디자인 요소인 단방향 회전 베젤에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소재를 사용하고, 돔형으로 제작해 시계의 광택감 있는 외관을 완성했다. 회전 베젤은 다이빙 중 남은 시간을 확인할 수 있게 고안된 장치로, 베젤의 눈금은 시인성을 위해 특수 야광 물질인 슈퍼 루미노바로 코팅했다. 블랙 다이얼엔 마치 태양 빛이 퍼지듯 방사형으로 번지는 선버스트 가공을 적용했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등 시계 전체를 고강도 스틸로 완성해 다이버 워치의 실용성을 강조한 피프티 패덤즈 오토매틱 42mm. 사진 블랑팡
시계의 심장은 설계부터 생산∙조립∙조정까지 블랑팡의 손을 거쳐 완성한 칼리버 1315다. 자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실리콘 소재 밸런스 스프링을 사용했고, 스톱 세컨드 기능으로 초 단위까지 정밀한 시간 세팅이 가능하다. 직렬 구조의 배럴(태엽통) 3개를 탑재해 5일의 긴 파워리저브를 갖춘 것도 이 심장의 장점이다. 동력을 축적하는 장치인 로터는 18캐럿 레드 골드로 만들었다. 손목의 움직임에 따라 회전하며 에너지를 저장하는 구조인 만큼 묵직한 소재를 선택했다.

러버스트랩 버전의 앞과 뒤. 블랑팡의 대표적인 오토매틱 무브먼트 칼리버 1315를 탑재했다. 사진 블랑팡
이번 모델은 폴리싱 가공한 스틸 브레이슬릿 또는 견고한 고무 스트랩 중 선택할 수 있다. 방수성능은 300m로 전문 다이버 워치로서 손색이 없다.
피프티 패덤즈, 현대 다이버 워치의 시작
피프티 패덤즈는 1953년 첫 출시 이후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이버 워치 분야는 물론 블랑팡을 대표하는 컬렉션으로 활약 중이다. 이 시계는 당시 기준으로는 획기적인 기술과 개념을 도입하며 이후 다이버 워치의 ‘표준’을 정립했다. 단방향 회전 베젤로 남은 산소 시간을 측정할 수 있게 했고, 이중 밀폐 구조의 크라운은 케이스 내부로 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았다. 어두운 해저에서도 시인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담한 야광 인덱스를 사용했으며 100m에 가까운 방수 성능도 그 당시로서는 드물었다.
이런 특징을 바탕으로 피프티 패덤즈는 출시 직후 수중 탐사를 위한 전문 다이버들과 세계 각국의 정예 해군 부대원들의 손목에 채워졌다.

피프티 패덤즈 오리지널 모델(1953년). 사진 블랑팡
이 시계의 탄생 배경도 흥미롭다. 1950년대 초 블랑팡을 이끈 장-자크 피슈테르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열정적인 다이버였던 그는 산소통 잔량을 확인하지 못해 생명을 잃을 뻔한 위기를 겪는다. 이 사건은 그에게 ‘다이버를 위한 진짜 시계 제조’란 명확한 목표를 마련해주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피프티 패덤즈다.

폴리싱 가공 처리를 통해 고강도 스틸의 반짝임을 극대화했다. 케이스 뒷면 드러나는 무브먼트로 기계식 시계의 매력도 발산한다. 사진 블랑팡
블랑팡은 21세기 초 전설을 되살리는 작업을 한다. 브랜드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A. 하이에크가 직접 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며 45㎜ 케이스의 피프티 패덤즈 오토매틱을 발표한 것. 2007년 나온 이 시계는 오리지널 모델의 디자인 코드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기술을 대거 반영해 완성도를 높였다. 더불어 새로운 세대의 다이빙 워치 팬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2023년 컬렉션 탄생 70주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세대의 피프티 패덤즈가 차례대로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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