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 "양국 수뇌 합의 중요문제 이행"…3차 파병 강행 김정은, 어디까지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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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접견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6000명 규모의 공병·군 건설인력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두 나라 국가수반들이 친서 교환을 통하여 합의한 중요 문제들을 이행"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무력 충돌 사태와 관련해 미국이 사실상 이란 측에 핵을 포기하라며 백기 투항을 종용하는 가운데 셈법이 복잡해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와 최대한 밀착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18일 김정은이 전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접견한 사실을 전하면서 "최근 몇 주 간 두 나라 국가수반들이 친서교환을 통하여 합의한 중요 문제들을 이행하는데서 나서는 당면한 협조사항들과 전망계획들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고 전했다.

이어 신문은 김정은이 "특수군사작전과 쿠르스크주의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로부터 출발하여 두 나라 간 조약의 범위 내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 협조할 내용들을 확정하시고 관련 계획들을 수락"했다고 전했다. 이는 전날 쇼이구가 자국 매체를 통해 밝힌 공병·군 건설 인력 6000명 추가 파병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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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만나 "두 나라 간 조약의 범위 내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협조할 내용을 확정하고 관련 계획을 수락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8일 보도했다. 뉴스1

특히 "수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먼저 요청해 이를 김정은이 받아들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신문은 6000명 파병 등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러시아 파병군 중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동요하는 민심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군 공병 지원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3차 파병에 해당한다. 국정원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말 1차로 1만900여 명, 올해 1~3월 2차 3000여 명 등 총 1만4000여 명의 전투병을 파병했다.

앞서 러시아 매체는 쇼이구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이 쿠르스크 지역에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공병 1000명을 보내고,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파괴된 인프라를 재건하기 위한 군사 건설 인력 5000명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군 건설인력은 도로·건물·전력·통신 설비 복구에, 공병단은 지뢰 제거 작업에 투입될 것"이라면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군 건설인력 파견을 통한 러시아 쿠르스크 재건 사업 참여는 북·러 군사협력의 다변화를 상징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곧 양국 간 협력이 당분간 전방위로 이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뜻이다.

실제 공병·군 건설 인력 파견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의 역할이 전투 지원에서 전후 재건으로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 입장에선 아직 전쟁 위험이 상존하는 재탈환지역에 방어·경비 임무 수행을 위한 군사시설 재정비, 지뢰와 같은 위험 요소 제거, 도로·교량·전력·통신 등 사회 기반시설 건설을 맡아 줄 인력 투입이 시급하다. 이는 러시아가 탈환한 쿠르스크 지역 안정화에도 필수적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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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지난 17일 회의를 마치고 이동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 입장에서도 공병·군 건설인력 추가 파병은 안정적인 외화벌이 창구를 확보하는 게 된다. 동시에 이를 빌미로 향후 러시아로부터 첨단 기술 이전 등 더 높은 수준의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향후 북·러 정상회담에서 군사·경제·외교 협력을 포괄하는 의제를 논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군 현대화와 핵·미사일 능력 강화를 위한 협력을 가속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또 신문은 "복잡한 국제 및 지역 정세를 비롯하여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한 양국 지도부의 견해와 의견들이 폭넓게 교환"됐으며 "완전한 견해일치가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 한반도 정세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와 같은 국제 현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여기에는 중동 문제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 틈을 타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군사·경제적인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북한의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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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뉴스1

이와 관련, 외교부는 "북한 해외 노동자의 접수·고용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인 바, 정부는 러·북이 불법적인 협력을 지속하는 데 엄중한 우려를 표하고,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중앙일보의 관련 질의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군사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 노동자와 군인들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게 깊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북한 노동자들은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러시아를 포함해 해외에 있는 이들 노동자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를 위반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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