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숨은 곳 안다, 항복하라” 하메네이 “전투 시작, 항복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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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이란을 공격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대한 제거 작전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란에 ‘무조건적 항복’을 촉구했지만, 하메네이가 “전투가 시작됐다”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항전의 뜻을 밝힌 직후 이런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하면서 “이란이 백악관에서의 회담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이 접촉했지만, 대화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며 “일주일 전과 지금은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뒤이어 “어떤 것도 너무 늦은 일은 없다”고 말해 협상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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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까지 중단하고 이란 문제 해결을 위해 귀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SNS)에 연달아 3건의 글을 올렸다. 먼저 “우리가 이란의 상공을 완전하고 완벽하게 통제하게 됐다”며 “이란은 항공 추적기과 방어 장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이 만들고 고안하고 제조한 ‘물건’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적었다. ‘우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칭하고, ‘물건’은 이스라엘이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지하시설 파괴용 벙커버스터로 풀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소위 ‘최고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그는 쉬운 표적이지만 그곳은 안전하고, 적어도 당분간은 그를 제거(사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조건적 항복”이라는 글을 추가했다. 하메네이를 언제든 사살할 수 있다며 이란을 자극한 트럼프 대통령은 80여 분간 진행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직후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했다.

트럼프 “이란, 백악관서 회담 제안…너무 늦은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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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폭격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군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군이 F-16, F-22, F-35 등 전투기와 여타 군용기를 중동에 추가로 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니미츠함 항공모함 전단은 중동으로 향하고 있고, 공중급유기 31대도 유럽으로 이동했다. 미군 측은 방어용이라고 강조하지만 언제든 공격용으로 전환될 수 있다. 다만 지하 핵시설 파괴 임무를 수행할 B-2 스텔스 폭격기의 배치 상황은 공개되지 않았다. B-2 폭격기는 13t급 벙커버스터 GBU-57을 투하할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이다.

미국과의 전운이 고조되면서 이란도 강경한 자세를 띠고 있다. 당장 하메네이는 18일 새벽 SNS에 “테러범인 시오니스트(이스라엘) 정권에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며 “우리는 시오니스트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이날 오후에는 이란 국영방송을 통해 “순교자들의 피와 그들의 영토에 대한 공격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큰 실수를 저질렀으며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 발언에 대해선 “이란은 항복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어떤 공격도 심각한 회복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역사를 아는 사람은 이란인들이 위협의 언어로 응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란은 강요된 평화나 전쟁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은 6일째 공습전을 이어갔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무조건적 항복’을 촉구한 뒤 이란 수도 테헤란 등에 대규모 폭격을 했다. 특히 이스라엘군은 테헤란에 있는 원심분리기 생산 시설 2곳을 타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이스라엘군은 “50대가 넘는 전투기로 몇 시간에 걸쳐 테헤란을 공습했다”며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해 테헤란의 원심분리기 생산시설도 공격 대상이었다”고 했다.

이날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SNS를 통해 “타격받은 시설은 수도 테헤란의 테헤란연구센터(TRC)와 테헤란 인근 카라지의 공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테헤란 시설에서는 첨단 원심분리기 로터를 제조하고 시험하는 한 건물이 타격을 받았다”며 “카라지에서는 다양한 원심분리기 부품을 생산하는 두 건물이 파괴됐다”고 했다. 원심분리기는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우라늄 농축에 필수적인 장비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은 중부 나탄즈와 포르도에 있다.

이란 측도 재차 보복에 나섰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측은 “지난 하루 동안 정확도 높고 파괴력이 강한 장거리 드론(무인기) 수백 대가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등에서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시설 파괴에 성공했다”며 파타흐-1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동원한 대규모 미사일 공격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미사일은 2기만 발사됐는데, 1기는 격추됐고 나머지 1기는 개활지에 떨어졌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실제 이란이 미사일 발사량을 과장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을 지난해와 이번 이스라엘 공격 때 700여 발 소진했다. 결국 현재 재고량은 1300발 수준일 것이란 추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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