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계란. 연합뉴스

계란 가격이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대형마트들이 가격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납품 단가가 10~20%가량 올랐지만, 마진을 줄여 소비자 가격을 8000원 미만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유통업계와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특란 30개 한 판의 평균 소비자 가격은 7026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7월 이후 처음으로 7000원을 넘어선 수치다.

홈플러스는 2년 전부터 유지해온 특란 한 판 가격을 7990원으로 동결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특란 납품가가 지난해보다 20% 올랐지만,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자 마진을 줄여 7990원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재 가격을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도 납품가가 10% 이상 상승했지만, 소비자 가격 인상 폭을 최소화했다. 지난해 6월 7580원이었던 이마트 특란 한 판 가격은 현재 7980원으로 400원(5.3%) 올랐다.

롯데마트의 대란 한 판 가격은 지난해 6월 7490원에서 현재 7990원으로 500원(6.7%) 인상됐다. 롯데마트는 주로 대란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현재 일일 계란 수급량이 전년 대비 80~90% 수준으로, 판매 물량에는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판촉 행사 등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름 휴가철 소비 감소와 산란계의 생산 주기를 평균 84주에서 87주로 연장하면 계란 시세가 점차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마트들 역시 여름철 소비 둔화와 병아리 입식 확대에 따른 공급 증가로 일시적인 시세 하락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기온 상승으로 인한 산란율 저하와 함께, 오는 9월부터 산란계 1마리당 사육 면적이 0.05㎡에서 0.075㎡로 50% 확대되면 생산성이 떨어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기에 8월까지 노계를 정리하고 병아리 입식을 준비하려는 농가가 많아 한동안 계란 생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형마트들은 신규 협력사 발굴에 적극 나서는 한편, 기존의 30개입 판란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등급란, 동물복지란 등 다양한 제품군을 도입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고, 공급 리스크를 분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