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32년만에 한국 기록 깬 이재웅 “중장거리 침체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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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남자 1500m에서 32년 만에 한국 기록을 갈아치운 이재웅. 종전 기록을 0.05초 앞당겼다. 그는 중·고등부 1500m 기록을 보유한 중·장거리 천재다. [사진 대한육상연맹]
“한국 (육상) 중장거리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겠습니다. 이진일 감독님 이후로는 성적이 좋지 않아 침체기라고 하는데, 그건 지금까지일 뿐, 안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실력으로 증명하고 싶습니다. 한국 신기록을 세웠으니 이제 내 기록을 깨는 것만 보고 달리겠습니다.”
남자 육상 1500m 한국기록을 32년만에 새로 쓴 이재웅(23·국군체육부대)의 각오는 당찼다. 그를 전국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 강원 정선종합경기장에서 지난 21일 만났다. 그는 지난 14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 호크렌 디스턴스챌린지(중장거리 대회) 2차 대회 남자 1500m에서 우승했다. 3분38초55. 종전 한국기록(3분38초60, 1993년 김순형)을 0.05초 단축한 한국신기록이다.
남자 육상 중장거리는 1990년대 이진일 이후 긴 침체기였다. 이진일은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800m와 1600m계주, 2관왕에 올랐다. 이진일의 800m 한국기록(1분44초14, 1994년)은 철옹성이다. 이진일 이후 중장거리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없어 “한국 중장거리는 안 된다”는 생각이 육상계에 팽배했다. 이재웅은 육상계의 이런 열패감을 깬 선수다.
지난해 국가대표로 처음 뽑힌 이재웅은 지난달 구미 아시아육상선수권에서는 아시아 일인자 이이자와 가즈토(일본, 3분42초56)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이자와에 0.23초 뒤진 그는 또 다른 경쟁자 유누스 샤(인도)를 0.24초 차로 제쳤다. 지난 11일 호크렌 디스턴스챌린지 1차 대회에서 3분40초19로 한국 남자 일반부 신기록을 썼고, 사흘 뒤 2차 대회에서 1.5초를 더 줄였다. 그는 “세계기록(3분26초00)과는 12초 차라 (넘어서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정도는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중·고교 시절 이재웅을 가르친 황준석(42) 영천시청 육상 감독은 “1500m는 스피드와 근지구력이 중요한데, 재웅이는 타고난 체질에 근성이 남다르다. 지구력을 보완하면 3분35초대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 종목 금메달 기록은 3분38초36이다.
경북 영천에서 나고 자란 이재웅은 유도를 하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육상으로 바꿨다. 특유의 악바리 근성으로 중학생 시절부터 중장거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중학교 3학년 때 1500m 중등부 기록(3분58초34)을, 고등학교 2학년 때 고등부 기록(3분44초18)을 갈아치웠다. 그는 “1500m는 ‘육각형’ 선수가 돼야 한다. 스피드·지구력·근지구력·정신력·마인드컨트롤·레이스 운영 능력 등을 다 갖춰야 한다. 그중에서도 끝까지 밀어내는 능력, 정신력으로 버티는 근지구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웅의 다음 목표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다. 당장 오는 9월 도쿄 세계선수권 출전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시즌 기록과 세계 랭킹 등으로 56명이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얻는데, 그는 현재 60위권이다. 남은 두 달간 최대한 랭킹 포인트를 쌓아 출전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당장 다음 달 일본의 또 다른 디스턴스챌린지 시리즈와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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