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탈리아인보다 베르디 잘 안다, 정명훈이 라 스칼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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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부산콘서트홀에서 함께 포즈를 취한 정명훈 예술감독(오른쪽)과 라 스칼라 극장의 오르톰비나 극장장. 정 감독은 2027년 라 스칼라 음악감독으로 부임한다. [사진 부산콘서트홀]

“정명훈 감독은 150년 전 음악도 현대적으로 들리게 하는 능력이 있다. 라 스칼라가 미래에 더 열린 극장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인물이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메카’ 밀라노 라 스칼라가 247년 역사상 첫 아시아인 음악감독으로 정명훈(72)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65) 극장장이 한 말이다. 그는 정명훈 지휘자가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부산콘서트홀(부산 연지동) 개관을 맞아 내한해 지난 21일 한국 언론을 만났다. 라 스칼라에서 2027년 임기를 시작하는 정명훈의 위촉 배경에 대해 극장 측이 한국에 직접 이유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2월 부임한 오르톰비나 극장장은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의 예술감독(2007~2017년)과 총감독(2017~2025년)을 지내며 정명훈 지휘자와 숱한 공연을 함께 한 바 있다.

정명훈 지휘자와 개인적 인연은.
“2003년 라 페니체 재개관 공연차 그가 왔을 때 처음 만났다. 개인적으로 그의 음악을 처음 접한 건 1992년이다. 당시 나는 관광 가이드 부업 중이었는데어느날 미국 단체 관광객의 호의에 힘입어 가장 좋은 좌석에서 라 스칼라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마에스트로 정이 지휘하는 쇼스타코비치의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였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라 스칼라 극장의 미래에 정 감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내 임기가 5년 뒤 끝날 때 ‘라 스칼라 안 가봤다’는 밀라노 사람이 없게 하는 게 꿈이다. 그 중심에 베르디가 있을 것이고 정명훈의 섬세함이 있다. 오페라에는 인간과 인생이 있다. 정명훈과 함께 그 ‘이야기’를 더 가깝게 들려주도록 할 것이다.”
정명훈에게 “이탈리아인인 나보다 베르디를 더 잘 이해한다”고 했다는데.
“베르디는 가장 위대한 이탈리아 작곡가이고, 정명훈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베르디 지휘자 중 한명이다. 150년 전 베르디 곡이 한국에 도착해 정명훈이라는 보물을 찾았다. 라 스칼라 음악감독은 오페라뿐 아니라 교향곡도 중요한데, (정명훈은) 베르디·비제·모차르트·베토벤·차이콥스키 등 모두 해낼 수 있다.”
라 스칼라와 부산의 협업이 가능할까.(※정명훈은 2027년 개관할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예술감독도 맡고 있다)
“오는 9월에 라 스칼라 필하모닉이 부산콘서트홀에서 연주하면서 부산과의 프로젝트가 연결된다. 오페라하우스 개관 공연과 라 스칼라의 연계를 논하기엔 이르지만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라 스칼라 극장 운영은 정부지원과 티켓 수익, 후원 모금이 각각 3분의1을 차지하는 구조다. 오르톰비나 극장장은 부산 오페라하우스의 성공적 운영을 위한 조언을 청하자 “가장 중요한 건 음악”이라면서도 “하지만 좋은 음악을 만드는 건 목표가 아니고 의무일 뿐이다. 진정한 목표는 오페라하우스를 지나는 부산 시민들이 ‘저건 우리의 것’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지난 20일 정명훈 예술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 연주와 함께 부산콘서트홀이 문을 열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에 대공연장 2011석과 소공연장 400석을 갖춘 극장의 개관공연은 부산콘서트홀 조성에 기여한 인사들과 추첨에서 뽑힌 시민 등을 초대해 진행됐다. 개관 페스티벌은 28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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