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라크 미군지기 '응징' 나설까…궁지 몰린 하메네이 3대 선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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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23일(현지시간) 미국의 핵시설 폭격 이후 ‘응징’을 다짐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AFP=연합뉴스
하메네이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시오니스트 적(이스라엘을 지칭함)은 큰 실수를 저질렀고, 중대한 범죄를 범했다”며 “응징받아야 하고, 현재 응징받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응징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포르도 등 이란 핵시설 3곳을 21일 피격한 지 이틀만에 나온 첫 입장이다. 하메네이는 다만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만약 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왜 정권 교체가 없겠느냐”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1989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하메네이가 내놓을 맞대응 카드가 주목된다. 텔레그래프는 22일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토록 취약해진 적은 없었다”며 “미국의 포르도 핵시설 파괴는 그의 수십년 핵 야망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의미이자 그의 기반이 근본적으로 흔들렸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22일(현지시간) 이란 곰주(州) 산악지대에 위치한 이란의 포르도 핵시설에 미국의 벙커버스터 폭탄이 뚫고 들어간 구멍들이 남아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미국 위성기업 맥사의 위성사진. EPA=연합뉴스
하메네이 앞에 놓인 선택지로는 대체로 미국과 외교적 타협, 직·간접적 보복, 전략적 확전 등 세 가지가 꼽힌다. 하메네이가 이날 이스라엘을 지칭하는 ‘시오니스트’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당장은 미국과의 전면전이 아닌 이스라엘에 국한한 보복 공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메네이가 미국과 직접 충돌은 피하면서도 제한적 타격을 통해 협상력을 확보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국장은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하메네이가 ‘확전을 통한 긴장 완화(escalate to de-escalate)’ 전략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전에 충분한 경고를 보낸 뒤 이란에서 가까운 이라크 미군기지를 타격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앞서 미국이 2020년 1월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을 무인기(드론)으로 사살한 직후 이란은 지대지 미사일 10여기를 동원해 이라크 주둔 미군 공군 기지를 공습한 바 있다. 당시 이란이 비공식 채널을 통해 공격을 사전 통보한 만큼 미군 측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라크에는 현재 2500명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바킬 국장은 “이란 지도부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정도로 궁지에 몰려 있으며,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며 “소수의 선택지 중에서 정권이 숨 쉴 여지를 줄 수 있는 유일한 시나리오가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1월 8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라크 알아사드 미군기지 위성사진이 공개됐다. 상업용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가 촬영했다. 미군과 연합군이 주둔한 알아사드 기지의 다섯 곳(흰색 원) 시설이 타격을 받아 건물이 허물어지거나 주변부가 검게 변해버린 장면이 보인다. 일부 비행기 활주로에 미사일이 떨어진 장면도 나와 미사일 공격이 동시다발로 이뤄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AP=연합뉴스
한편 미국의 시사주간지 디애틀랜틱은 22일 이란 고위 관리들 사이에서 하메네이의 해임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논의에 관여한 소식통은 매체에 “모두가 하메네이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가 자리에 남더라도 실질적인 권한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애틀랜틱은 “내부 인사들이 하메네이를 압박하거나 설득해 실질적인 권한을 임시 대리인에게 넘기도록 하는 방식도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지도자운영회의(전문가회의)가 하메네이의 해임을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지만, 이란이 공격받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표결에 나서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다만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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