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미 관세 타결 전문가 평가 “선방했지만, 고민거리 던져주는 결과”

본문

17539559921496.jpg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미 관세협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30일(현지시간) 전격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통상전문가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조선업 대미 진출 등 실리를 챙겼다”면서도 “자동차 관세율에선 아쉬운 점이 있고,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미래 전략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3500억 달러(약 486조 원)의 대미투자 금액에 조선업 진출 자금 등이 들어있고, 농축산물에 대해서도 선방한만큼 전반적으로 최선을 다한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무엇보다 한국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앞으로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하는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제조업 중심의 대외 무역 구조로는 앞으로 지속 성장이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특히 조선업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내용이 협정에 들어있어, “장기적으로 국내 조선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킬 우려”도 있다고 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경제규모에 비해 다소 큰 대미 투자 금액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두 가지 측면이 함께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조선업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미국과 상생하는 협력구조를 어떻게 만들것인지가 과제이지만, 오히려 일본과 유럽연합(EU)에 비하면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해놓고도 이번 관세협상 이후 “미국시장에 대한 접근상의 이점을 상실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출신의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한국이 다른 나라의 협상 전략을 주시하며 잘 활용했다”고 평했다. 반도체, 의약품 관세의 경우 “다른 나라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를 받기로 돼있는데, 이는 한국 보다 먼저 협상을 타결한 일본의 전략을 잘 모방한 사례라는 것이다.

17539559923815.jpg

백악관이 공식 엑스 계정에 한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을 밝히면서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 사진. /백악관 엑스

서 원장은 한·미 FTA로 획득한 자동차 관세상 이점이 사라진에 대해선 아쉬움을 보였다. 그간 한·미 FTA로 한국산 자동차는 관세가 0%였고, 일본과 EU는 자동차 관세가 2.5%가 딸려있었다. 미국은 이번 관세 협상으로 한·일·EU의 자동차 관세를 15%로 동등하게 맞추면서, 한국 자동차가 누리던 2.5%의 이점이 없어졌다.

김흥종 고려대 국제학부 특임교수 역시 “(자동차 0%관세 등으로 사라졌지만) 한·미 FTA는 앞으로도 흔적이 남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한·미 FTA는 관세 외에도 서비스와 정부조달 등 조항이 있어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통해 우리가 협의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이후 세계 무역질서 자체가 변화하는 현실을 받아들여여야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분쟁대응 과장을 지낸 정하늘 국제법질서연구소 대표는 “미국은 다자주의에 기반을 둔 자유무역 체제 자체에서 사실상 이탈을 했다고 봐야한다”며 “미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무역 질서를 만들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312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