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부, 한·미 연합훈련 분리 실시 검토…北에 '잘못된 신호'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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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시작되는 한·미 연합훈련 '을지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때 실시되는 야외 기동훈련 일부가 다음 달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훈련 규모가 아닌 일정의 변경이지만,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한·미 연합훈련 "조정"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힌 뒤 실제 정부 내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모양새가 됐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아파치 등 헬기가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는 UFS 기간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지휘소연습(CPX)은 예정대로 실시하되 야외기동훈련(FTX) 중 일부는 폭염 등을 이유로 다음 달로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한국 측이 제안했으며, 이를 미국이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UFS 기간 연대급 FTX는 남·북·미 간 외교적 대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목적으로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이후 중단됐다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재개됐다. 통상 진행되는 30∼40건의 FTX 중 10여건이 연기 대상이라고 한다. 군은 CPX와 직접 연계된 FTX나 미군 장비를 활용해 진행하는 훈련은 연기가 어렵지만, 나머지 훈련은 유연하게 일정 조정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군은 일부 야외 훈련의 시기가 조정되더라도 훈련의 전체 규모와 강도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 대북 유화책의 일환으로 이런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시각이 상당한 건 북한이 연합훈련을 비난하자 정부에서 호응하듯 연합훈련 조정을 꺼내든 뒤 실제 검토가 이어지는 흐름 때문이다. 절대적 기간이나 규모의 축소가 아닌 이상 북한이 이를 평가해 호응하고 나설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8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이재명 정부 들어 첫 대남 담화를 내고 "침략적 성격의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의 연속적인 강행"을 비판했다. 이에 약 9시간 후 정동영 장관은 대통령실에 훈련 조정을 건의하겠다며 "8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남북 신뢰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련의 과정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쟁은 날씨와 무관한데 전년도 하반기부터 계획했던 훈련 일부를 폭염을 이유로 미루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훈련을 조정한다고 북한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작고, 한국의 대비 태세만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이번 조치의 성격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2주 내 개최”를 예고한 한·미 정상회담 결과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상회담이 실제 2주 안에 열리면 8월 둘째 주에서 셋째 주로 예상되는 UFS와 시기가 겹치게 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의 정확한 성격은 조만간 열릴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후속 조치를 함께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에도 한·미 연합훈련을 "비싼 워 게임"(war game·전쟁 연습)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 안보 라인도 현재 북한의 재래식 도발 대응에 초점을 맞춘 한·미 연합훈련을 대중 견제 성격으로 전환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의 훈련 조정 움직임까지 겹치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는 방어적 조치라는 훈련의 본래 목적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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