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과로 시달리다 차에서 숨진 30대 은행원…法 "유족급여·장례비 지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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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동 후 스트레스와 격무에 시달리다 차 안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진 30대 은행원에게 근로복지공단이 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이주영)는 A씨 부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2년 한 은행에 입사해 2023년 1월부터 기업 여신 심사 업무 등을 맡은 A씨는 같은 해 3월 26일 골프연습장 주차장의 차 안 운전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으로 당시 A씨의 나이는 만 38세였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업무용 PC 로그인 기록을 기준으로 사망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을 46시간 24분으로 산정해 과로로 인한 사망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2024년 1월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업무용 PC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돼 있었고 ▶연장사용 승인 절차가 번거로워 A씨를 비롯한 직원들이 외부망 PC나 개인 노트북을 이용해 업무를 해왔으며 ▶A씨가 집에서 밤늦게까지 잔무를 처리한 경우가 있었던 사실을 들어 실제 업무시간은 훨씬 더 많았을 것으로 봤다.

또 A씨가 회식이나 우수고객 유치 및 관리를 위한 자리에 종종 참여했고, 법인카드 관리와 총무 업무, 영업점 직원들의 실무교육을 추가로 맡는 등 업무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파악했다.

아울러 A씨가 맡았던 기업 여신심사 및 신용평가 업무가 사망 직전 급증했으며 특히 사망일 직전 약 일주일 사이에 5건의 여신심사 건을 불승인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A씨는 사망 이틀 전인 24일 새벽 1시 56분까지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다 아침에 출근해 저녁 회식에 참여했고, 다음 날인 25일에도 출근한 뒤 26일 오후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고인은 사망 당시 만 38세에 불과했고, 다소 비만에 사망 당시 고혈압, 당뇨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기는 하나 11년간 근무해온 고인이 만성적으로 과로했고, 사망 직전 업무와 관련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점 등이 인정된다"며 "고인에게 일부 위험인자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와 급성심근경색 발병 또는 악화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부인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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