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확성기 철거' 호응한 北…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南 간보기
-
5회 연결
본문
북한이 최근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며 한국의 대북 확성기 전면 철거에 화답했다. 8·15 광복절 경축사와 오는 25일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단 '행동 대 행동'으로 호응하며 남측의 반응을 떠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확성기를 철거하는 활동이 식별된 9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임진강변 초소에 대남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이날 국방부는 북한이 대남 확성기를 설치한 지역은 40여곳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철거를 마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 9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부터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기존에 대남 확성기를 설치했던 40여 곳 중 일부는 이미 철거를 마쳤으며, 전 지역의 확성기를 철거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이는 앞서 군이 지난 4~5일 고정식 대북 확성기 20여개를 모두 철거한 데 대한 호응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6월 11일에도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8시간 만에 전 지역의 대남 소음 방송을 끄며 화답했다. 이재명 정부의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마다 북한이 응답하는 모양새다.
특히 북한의 대남 확성기 철거 조치는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연습 계획이 지난 7일 발표된지 이틀 만에 이뤄져 눈길을 끈다. 북한이 그간 한·미 연합훈련을 '북침 전쟁 연습'이라며 맹비난하며 도발의 빌미로 삼곤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조치라는 분석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28일 대남 담화를 통해 "침략적 성격의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 한·미가 UFS 기간인 오는 18~28일 야외기동훈련 40여 건 중 절반에 해당하는 20여 건을 다음 달로 연기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은 폭염과 수해 대응을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론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훈련을 조정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 연합훈련은) 조정된 것"이라며 "한·미 훈련도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군이 지난 4일 대북 심리전을 위해 전방에 설치했던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는 모습. 국방부
북한은 한국의 제안으로 한·미 연합훈련 일정 일부가 조정된 것에 호응하는 한편 조만간 있을 한국의 주요 대내외 일정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는 15일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의 유화적 대북 메시지와 뒤이을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향적인 대북 발언을 기대하며 군사적 조치에 잇따라 호응한 것일 수 있다는 뜻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 간 긴장을 일정 수준 관리하려는 북한의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며 "아직까지 대화 재개나 전면적인 협력보다는 단기적이고 국지적인 갈등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은 대남 확성기 철거 소식을 아직까지 대내외 매체에 알리지 않았다. 지난달 28~29일 이틀 연속으로 발표했던 김여정의 대남·대미 담화도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보도했을 뿐 대내 매체인 노동신문에는 싣지 않았다. 남측의 긴장 완화 조치에 일부 호응하거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인 김여정을 앞세워 군축 협상을 띄우며 한·미의 반응을 떠보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철저한 '남북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