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폭력 남친, 처벌 원치 않아요”…이젠 이런 말해도 경찰 개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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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면 난폭해지긴 하지만, 평소에는 괜찮아요.

계속 사귀고 있어서 처벌은 원하지 않아요.

어차피 헤어질 거라 괜히 자극하고 싶지 않아요.

교제폭력 신고 중 경찰이 피해자 보호에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 사례다. 연인 관계인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현행법 적용이 어려워 경찰이 제대로 개입하지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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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대구에서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가 대구성서경찰서로 압송되는 모습. 뉴스1

경찰이 교제폭력 사건에 직권으로 개입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도록 하는 ‘교제폭력 대응 종합 매뉴얼’을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5월 경기도 화성, 6월 대구, 7월 대전 등에서 교제폭력 살인 등 강력범죄가 계속 발생하자 내놓은 대책이다.

경찰은 이번 종합 매뉴얼을 통해 앞으로 교제폭력 사건에서 ‘스토킹처벌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에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 등의 행위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경우 적용할 수 있다.

그동안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고 계속 교제하는 경우 ‘의사에 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경찰은 ‘처벌 불원, 교제 지속 등은 사후적 사정일 뿐, 폭행 등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신고했으므로 의사에 반한 것으로 판단이 가능’하다고 해석하기로 했다.

아울러 경찰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합의하에 만남 중이라도, 폭행 등 범죄 목적의 ‘접근’까지 허용한 것은 아니므로 스토킹 성립이 가능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사건 발생 이후 교제를 이어가더라도, 112 신고까지 이르게 된 상황이라면 ‘불안감·공포심’도 유발한 것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경찰은 ▶결별을 요구하거나 ▶외도를 의심하거나 ▶결별 후 스토킹을 하는 것은 강력범죄의 전조 증상으로 보고 초기부터 최고 수준의 피해자 보호 조치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일회성 폭력 행위에도 긴급응급조치(주거지 100m 이내·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를 직권으로 명령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선제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

경찰은 이번 매뉴얼 제작을 위해 실제 수사 사례를 대검찰청과 공유해 법률 해석의 전국적 통일성을 도모했고, 전문가 자문과 법무부와의 협의도 거쳤다고 밝혔다. 매뉴얼을 감수한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사는 “교제폭력을 규율하는 별도의 법이 없는 상황에서 스토킹처벌법상의 보호조치 법률 적용을 고려한 것이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조주은 경찰청 여성전학교폭력대책관은 “이번 매뉴얼은 교제폭력 관련 입법 전에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없도록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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