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컵라면도 없앤 마른하늘 난기류…한반도 상공이 가장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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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난기류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항공기로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사진 대한항공
여름 휴가철을 맞아 공항을 찾는 해외여행객들이 급증한 가운데, 비행기 타기가 두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난기류(터뷸런스)로 인해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1개 국적 항공사가 국토교통부에 보고한 난기류 건수는 총 2만 7896건으로 1년 전(2만 575건)보다 35.6% 늘었다. 항공편 1편당 난기류 건수 역시 2023년 0.044건에서 지난해 0.052건으로 많아졌다. 2019년(0.027건) 비교하면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난기류로 인한 항공기 사고도 증가세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생한 94건의 항공 사고 중 난기류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32%(30건)에 달했다. 지난달에는 미국에서 출발한 델타항공 여객기가 심한 난기류를 만나 요동치면서 승객과 승무원 등 25명이 다쳤고, 비상 착륙 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난기류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자 항공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부터 난기류 위험을 이유로 일반석 컵라면 서비스 중단했으며, 아시아나항공도 뜨거운 음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미국 노선, 강한 제트기류로 청천난류 증가

김경진 기자
난기류가 증가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기후변화가 꼽힌다. 난기류는 발생 원인에 따라 청천난류(Clear Air Turbulence)와 산악파 난류(Mountain Wave Turbulence), 대류운 난류(Near-Cloud Turbulence)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이 중 맑은 하늘에서 발생하는 청천난류는 한반도 주변 상공이 가장 위험한 구역으로 꼽힌다. 청천난류는 강한 제트기류 탓에 발생하는데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동아시아 상공의 제트기류가 점차 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제트기류 증가 경향(1979년~2019년, 붉은선)이 나타났다. 숫자가 높을수록 제트기류가 더 세졌다는 뜻이다. 붉은색 영역은 2016~2021년에 청천난류가 관측된 지역으로 인천국제공항과 일본 주요 공항을 중심으로 청천난류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김정훈 서울대 지구한경과학부 교수
김정훈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팀이 1979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 청천난류 발생 빈도를 분석한 결과, 동태평양과 북서대서양보다 동아시아에서 제트기류와 청천난류의 증가 추세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김 교수는 “온난화로 인해 열대지역의 대류권(고도 10㎞ 이하)이 뜨거워졌고, 북쪽 한대지역의 성층권은 반대로 차가워지면서 맞닿은 곳에서 (기온차로 인해) 제트기류가 강해지고 있다”며 “제트기류에 의해 난기류가 세지는 지역이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에서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경로와 겹치기 때문에 더 많은 청천난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예측 어려운 대류운 난류, 동남아 가장 위험

지난해 5월 난기류를 만난 싱가포르항공 여객기 기내가 아수라장이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동남아시아 등 열대지역에서는 ‘대류운 난류’가 가장 많이 증가하고 있다. 청천난류가 수십 분 동안 항공기가 흔들리는 것과 달리 대류운 난류는 사전 징후 없이 수초 이내에 매우 짧고 강한 난류가 발생해 예측이 어렵고 더 위험하다.
지난해 5월에는 싱가포르항공 여객기가 미얀마 상공에서 대류운 난류를 만나 1명이 사망했고, 기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에 동남아시아 지역을 지날 때는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대류운 난류에 대비해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게 좋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청천난류를 12시간 전에 예측해 비행기 경로를 짜는 등 난기류 예측과 회피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면서도 “예측이 어려운 돌발 난류가 앞으로 증가하는 만큼 AI 기술을 접목해 예측과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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