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의 봄’ 故김오랑 중령, 전사 46년 만에 “국가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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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군사반란 당시 신군부에 저항하다 숨진 고(故) 김오랑 중령(육사 25기, 사망 당시 소령) 유족에게 국가가 손해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12·12 당시 정병주 육군 특전사령관 비서실장이었던 김 중령은 영화 ‘서울의 봄’에서 오진호 소령(정해인 역)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11단독 유창훈 부장판사는 12일 김 중령 유족이 낸 손해배상 소송 1심 선고 기일을 열어 김 중령 유족 10명에게 국가가 약 2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6월 유족이 제기한 5억원 손해배상 청구 중 일부를 받아들이며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김 중령의 죽음 46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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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삼정동 삼성초등학교와 삼정중학교 사이의 산책로 옆 잔디밭에 세워진 김오랑 중령 흉상. 뉴스1

김 중령은 1979년 12월 13일 0시20분쯤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불법체포하기 위해 사령부에 침입한 신군부 측에 홀로 맞서다 피살됐다. 신군부 측은 “김 중령이 먼저 사격했다”고 주장하며 ‘순직’으로 기록했다. 또 김 중령의 시신을 특전사 사령부 뒷산에 암매장했다. 김 중령 모친은 속앓이하다 2년 뒤 숨졌고, 부인 백영옥씨도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고 1991년 사망했다.

김 중령의 명예는 서서히 회복됐다. 시신은 1980년 동기생들의 탄원으로 국립묘지로 이장됐으며 1990년 중령으로 추서됐다. 2014년 4월엔 보국훈장 삼일장이 추서됐다. 또 그의 죽음 43년 만인 2022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는‘직무 수행 중 사망’인 순직이 아닌 ‘적과의 교전 또는 무장 폭동·반란 등을 방지하다 사망’한 전사가 맞다고 바로잡았다. 신군부 측이 먼저 총기 난사했고 김 중령이 응사하다 피살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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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고 김오랑 육군 중령과 영화 '서울의 봄'에서 오진호 소령을 연기한 배우 정해인. 사진 JTBC 캡처,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김 중령 사연은 2023년 11월 개봉한 ‘서울의 봄’이 흥행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이에 김쾌평씨 등 유족은 지난해 6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반란군이 김 중령의 죽음을 단순한 우발적 사고로 조작·왜곡해 허위사실로 김 중령의 사회적 가치 평가를 저하했다”며 사망뿐 아니라 사망 경위를 조작·은폐·왜곡한 책임을 국가에 묻겠다는 취지다.

재판 과정에서 정부는 김 중령 사건을 은폐·조작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김 중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은 부정했다. 또 김 중령 측에 대한 보상이 이미 이뤄졌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통한 국가배상은 ‘이중배상’이 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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