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친 집에서 왜 자식들과 사망했나…대구 아파트 화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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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대구 동구 한 아파트에서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화재 현장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의 한 아파트 화재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방화로 의심되는 정황들이 나타나고, 어머니 A씨(47)가 자신의 집이 아닌 부친 소유의 집에서 자녀들과 함께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다양한 의문들이 증폭되고 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12일 오전 11시 대구소방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이틀 전 화재가 발생한 동구 신천동의 아파트에 대한 세 번째 합동감식을 벌였다. 지난 10일 오전 3시 35분쯤 이 아파트에서 불이 나 어머니 A씨와 자녀인 B군(13), C양(11)이 숨졌다. 어머니는 화단에 떨어진 채로, 자녀들은 안방에 누워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자녀들의 아버지는 당시 근무로 자리를 비운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화재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왔다고 한다. 경찰은 아버지의 경우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3시 35분쯤 화재로 불이나 일가족 3명이 숨진 채로 발견된 대구 동구 신천동의 아파트. 집 앞에 서랍장 등 작은 가구들이 쌓여 있다.대구=백경서 기자
이날 1시간가량 진행된 합동감식에서 관계당국은 현관 도어락에 건전지가 일부 빠져있는 점, 문을 가로막고 있던 철제 수납장, 집 내부 등을 꼼꼼히 확인했다. 화재 후 집 내부에 방화로 의심되는 정황이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발화지점은 안방과 주방, 거실 2곳 등 총 4곳으로 확인됐다. 이 발화지점에서는 다량의 양초와 성냥이 발견됐다. 또 아파트 내부 발화지점 주변에 노끈으로 묶은 서적 수십 개 등 인화성 물건들도 놓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당시 화재 신고를 받고 소방대원들이 출동했을 때 문을 강제로 열고 진입했는데, 문 입구가 철제 서랍장 등 작은 가구들로 막혀 있어 진입에 다소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이 난 아파트는 이들 가족의 실거주지가 아닐 가능성도 높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A씨 가족은 2023년 5월 부부만 입주 등록을 하고, 입주카드를 받아갔다. 다만 대구 동구 등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집은 숨진 A씨의 부친 소유로, 법적 공실 상태다. 해당 집을 소유한 부친을 포함해 어떤 누구도 사건 발생 기준 이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A씨 가족의 주소지는 수성구의 한 아파트로 확인됐다. 이 집 또한 A씨 가족 명의의 집은 아니며, 전세나 월세로 살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A씨의 자녀들도 인근 수성구 학교에 다녔다. 대구교육청에 따르면 초등학생인 C양은 해당 초교에 입학해서 최근까지 다녔으며, B군도 여동생과 같은 초교를 졸업해 인근 중학교에 입학했다. 성실히 학교생활을 했으며 교우관계도 문제없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학교 관계자들은 “아이들이 하교하고 수성구의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몇번 목격했다”며 “거리가 멀진 않지만, 다른 지역에서 사망했단 소식을 듣고 의아했다”고 말했다.
주민 반응도 엇갈린다. 화재가 발생한 동구 신천동의 아파트에서 만난 50대 주민은 “사건이 발생하고 아파트 주민들끼리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는데, 이 가족과 친분 있는 이웃이 전혀 없었다”며 “정말 조용히 지냈던 가족이었던 거 같은데 무슨 연유로 3명이나 사망했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소지를 뒀던 수성구 아파트의 경우 주민들이 A씨와 아이들을 잘 알고 있었다. 한 주민은 “최근까지 아이들이 학교에 오가는 걸 봤다”며 “조용했던 가족이었다”고 했다.

지난 10일 오전 3시 35분쯤 화재로 불이나 일가족 3명이 숨진 채로 발견된 대구 동구 신천동의 아파트. 화재가 발생한 집 창문이 깨져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경찰은 방화와 실화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합동감식과 부검 결과 등을 종합해 사망 원인이 화재나 추락인지, 외력 등 다른 이유로 인한 것인지 규명할 계획이다. 기도 손상이나 독극물 중독 여부 등도 확인한다. 현재까지 사망자들에게 별다른 외상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불 난 집의 실거주 여부는 화재 사건과 크게 연관이 없다”며 “기초수급자거나 큰 부채가 있는 등 경제적인 어려움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3명이 사망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보니 감식을 세 번 진행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고 수사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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