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난청 방치하다간 '치매 위험 5배'…보청기 착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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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보청기 사용법
난청 방치 땐 치매·우울증 위험
AI·가상음향 기술로 청취력 개선
사용자에 맞게 주파수 조절해야

난청
귀로 들어온 소리는 단순히 ‘듣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뇌로 전달돼 말을 이해하고, 기억하며, 상황을 판단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귀가 잘 안 들리는 난청이 되면 이 시스템이 무너진다. 대화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뇌의 인지 기능도 떨어져 기억력과 판단력이 흐려진다. 난청을 오래 방치할 경우 치매 위험이 최대 5배 높아지고, 우울증과 인지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청은 노안처럼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찾아오는 현상이다. 눈이 잘 보이지 않으면 안경을 쓰듯 난청인에게는 원활한 청음(聽音)을 돕기 위한 의료기기인 보청기가 필요하다. 잘 안 들린다 싶으면 가급적 빨리 난청 진단을 받고 청각 재활을 시작하는 것이 이롭다. 히어링허브 서초본점 김광재 전문 청능사는 “난청으로 인한 청각 소실 기간이 길수록 재활 기간이 늘어난다”며 “보청기 착용으로 난청을 개선하고 남아 있는 청력을 보존하도록 계속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청력 특성 따른 세밀한 피팅 중요
문제는 보청기를 끼더라도 만족하지 못해 중도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국내 난청 인구의 보청기 구매율은 17.4%며, 이 중 보청기를 꾸준히 사용한 비율은 12.6%에 그친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맞지 않는 피팅(소리 조절)’이 보청기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김 청능사는 “보청기를 처음 쓸 땐 소리가 울리거나 말소리가 흐리게 들려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며 “개인의 청력과 어음인지력(들은 말소리를 구분·이해하는 능력), 생활 패턴을 반영한 세밀한 피팅이 필수”라고 말했다.
사실 보청기는 완제품이 아닌 반제품이다. 개인별 청력 구조에 맞는 보청기를 선택하고 피팅 과정을 거쳐야 만족도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보청기를 처음 착용하는 사람은 소리 증폭을 단계적으로 높여야 적응하기 쉽다. 지나치게 조절하면 오히려 말소리 변별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김 청능사는 “고주파 청력 손실이 두드러진다면 폐쇄감이 적고 고주파 대역을 올리기 쉬운 오픈형이 적합하다”며 “귓속형 보청기는 환기구(vent) 설치와 주파수 조절로 울림 현상을 줄일 수 있지만, 저주파 청력이 좋은 사람은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보청기 기능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뇌 학습 원리(심층신경망 기술)를 모방해 스스로 주변 환경을 분석하고 최적의 소릿값을 도출하는 식이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주변 360도 전 방향의 말소리와 소음을 구분하는 기술이 도입된 스위스 보청기 ▶4D 센서로 사용자의 움직임까지 고려해 실시간으로 소리를 조절하는 덴마크 보청기가 있다. 이러한 AI 보청기는 난청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소음 속 대화’에 강점을 보인다.
히어링허브가 도입한 가상음향 피팅(VSE) 기술도 눈에 띈다. VSE는 식당·회의실·지하철 등 실제 생활 소음을 360도로 구현해 보청기 피팅을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보청기 착용자가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청취 문제를 미리 점검하고 조정할 수 있다.
김 청능사는 “조용한 환경에서 1차 피팅을 한 뒤 소음 환경에서 추가로 조정해 보청기의 명료도를 높인다”며 “VSE는 특허 등록을 완료해 효과를 입증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재 전문 청능사가 보청기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김 청능사는 “보청기 피팅 과정에선 다양한 변수에 따른 소리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소음 환경 본뜬 가상 음향 시스템
피팅의 성공 여부는 전문가의 역량에 달려 있다. 전문가의 청각 전문 지식과 경험, 언어 환경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보청기는 대부분 영어권에서 개발된 고주파 중심의 피팅 공식이 적용돼 있다. 국내 난청 환자가 이를 그대로 쓰면 한국어의 중·저주파 발음이 어색하게 들릴 수 있다. 김 청능사는 “보청기를 착용하기 전, 한국어음 특성을 반영해 중·저주파 소리 균형을 맞추는 피팅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청기 구매 비용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부담을 덜 수 있다. 고도 난청일 경우 청각장애 등록 후 성인은 최대 131만원, 19세 미만은 최대 262만원의 보청기 지원금을 받는다. 김 청능사는 “보청기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할인율보다 피팅 성공률”이라며 “보청기는 사용자의 청력, 언어 환경, 생활습관을 반영해 실제 소음 환경에서 수차례 피팅을 반복해야 최적의 상태를 맞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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