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명 화가 판쩡(范曾·87·왼쪽)과 그의 네번째 부인인 쉬멍(徐萌·37·오른쪽). 웨이보 캡처

지난 16일 중국 최고 서예가이자 화가인 판쩡(范曾·87)이 지난해 결혼한 50세 연하의 부인에게 납치됐다는 소문이 SN에 올랐다. 현존하는 중국 최고 서화가로 꼽히는 그는 그리는 작품마다 수십억원에 팔리는 국민화가다.

이런 그가 지난해 4월 50살 어린 모델 출신의 쉬멍(徐萌·37)을 네번째 부인으로 맞았다. 스스로 “예술계의 아름다운 이야기(藝林佳話)”라며 결혼사실을 SNS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쉬멍은 2008년 미스 차이나 인터내셔널 대회에서 4위를 차지했고, 한때 '중국 최고의 몸매를 가진 슈퍼모델'로 불렸다.

판쩡의 납치 스캔들은 그러나 반나절만에 거액의 재산을 둘러싼 자녀간 분쟁으로 막을 내렸다.

18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납치 스캔들은 판쩡이 두번째 부인과 낳은 친딸 판샤오후이(范曉蕙)의 웨이보(중국판 X)로 시작됐다. 판샤오후이는 16일 오전 아버지가 새엄마 쉬멍에 의해 지난달 13일 끌려나간 뒤 실종됐으며, 부친이 50년간 수집한 서화와 골동품이 모두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밤 중국 SNS인 샤오훙수에 유명 화가 판쩡의 의붓아들인 판이푸(范一夫)가 “할아버지가 전시회에 왔다”며 올린 사진. 자신의 개인전을 관람하는 판쩡과 부인의 동정을 공개하며 이른바 ‘납치설’을 반박했다. 샤오훙수 캡처

중국 예술계의 거장이 작품과 함께 사라졌다는 소식에 SNS는 들끓었다. 그러나 이날 밤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훙수에 아이디 판이푸(范一夫)가 “할아버지가 전시회에 왔다”며 세 장의 사진을 올렸다. 판쩡의 셋째 부인과 전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의붓아들인 판이푸가 올린 사진에는 판쩡과 부인 쉬멍이 자신의 전시회를 관람하는 모습이 담겼다. 판이푸는 지난달 29일부터 베이징 타오란톈(陶然天)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중국 경찰은 "판쩡의 납치와 관련된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판쩡의 작품을 소개하는 공식 위챗 계정 '판쩡의 시문서화'는 판쩡이 20여년 살았던 베이징의 별장을 떠나 새로운 거처로 이사했고, 별장에 보관했던 수천만 위안 상당의 조각과 유명 그림을 포함한 예술품도 쉬멍 여사가 소유한 베이징의 건물로 옮겼다고 밝혔다. 정확한 위치는 공개하지 않고 "이사는 사생활 보호와 건강상 이유 때문"이라고만 했다.

중국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판쩡이 한달째 실종상태라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이런 이사 과정에서 불거진 가족간 오해와 갈등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판쩡은 지난 1989년 6·4 천안문 민주화 운동 이듬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전시회 기간을 이용해 홍콩을 거쳐 프랑스로 이주했다. 당시 성명을 발표해 “정신적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중국을 떠났으며, 정치인에 대한 생각은 증오보다는 유감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후 1993년 중국 당국에 귀국 허가를 신청했고 이후 베이징대 중국화법연구원 원장, 중국예술연구원 종신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6년 3월 베이징 중국국가박물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용한 고전 문구를 쓴 판쩡의 서예전이 열렸다. 당시 행사에는 중국 문화부장, 중앙선전부 부부장 등 당정 고위 간부들이 참가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18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