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법원, 與사법개혁 "비상한 상황"…전국 법원장에 의견 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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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전국 법원장들에게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 5대 의제’에 관한 입장을 내놓고 의견 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사법부 공식 참여의 기회 없이 이례적인 절차 진행이 계속되는 비상한 상황”이라면서다. 법조계에선 “추석 전 사법 개혁 완수”를 외치는 민주당에 대해 대법원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뉴시스
행정처 “대법관 증원 우려, 법관 평가 반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1일 법원 내부망(코트넷) 법원장 커뮤니티에 ‘사법개혁 논의와 관련해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올려 “현재 민주당 국민중심 사법개혁 특별위원회(특위)에서 논의 중인 5개 의제에 대해 논의상황을 알려드리고 고견을 청해 듣고자 한다”며 “그동안 법원행정처는 검토를 진행하여 결과 요지를 특위에 알렸다”고 밝혔다.
먼저 천 처장은 ‘대법관 수 증원’에 대해 “대법관 수를 과다하게 증가시키는 개정안은 재판연구관 인력 등 대규모 사법 자원의 대법원 집중 투입으로 인해 사실심 약화의 큰 우려가 있으며 예산·시설 등의 문제도 있다”며 “신중하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방향을 설정하면서 대법관 증원의 규모와 시기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대법관 수 증원은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후 민주당에서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크게 늘리자며 발의됐다. 최종 30명으로 증원 추진이 유력한 가운데 천 처장은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의 구조를 개편하는 경우에는 법관사회의 의견수렴을 거쳐 사법부의 공식적인 의견이 제출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관평가제도 개편’에 대해서도 천 처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임을 명확히 했다”며 “외부의 평가와 인사개입을 통해 법관의 인적 독립과 재판의 독립이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는 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법관사회에서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법관평가제는 국회와 법률가단체, 법원 내부 구성원 각 5명씩 15명으로 구성된 법관평가위원회가 법관 근무평정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 연임과 인사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천 처장은 “현재 발의된 법안 외에 향후 구체적 법안이 더 나올 경우 추가적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에 대해서는 “대법관의 다양성 확보가 어려운 점은 상고심의 구조와 국민 천거 제도 및 청문회 제도 운영상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설명했다”며 “후보추천위 구성에 관한 법안은 현재 제시된 것이 없으므로 향후 구체적 법안이 나올 경우 추가적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했다.
또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엔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라면서도 “다만, 미확정 형사판결의 경우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지장을 줄 우려가 발생할 수 있어 보완책이 필요함을 알렸다”고 했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에 대해선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전국법원장회의도 검토…천대엽 “비상 상황”
천 처장은 그러면서 “조만간 법원장님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갖고자 검토하고 있다”며 “각 의제들에 대해서 법원장들께서 각 소속 법관들의 의견을 널리 수렴하여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전국법원장회의는 대법원을 제외한 각급 법원장, 사법연수원장, 사법정책연구원장 등 고위 법관이 모이는 회의체로 천 처장이 의장이다.
대법원이 ‘비상 상황’이란 표현까지 쓰며 의견 수렴에 나선 것은 그만큼 현재 상황이 급박하다고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5대 의제는 너무도 중요한 쟁점이므로 사법부에서도 사법부 구성원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식 의견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도 “사법부 제도 개편을 입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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