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친 장난감 안은 꼬마의 미소…이게 내 길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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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코끼리공장에서 한 직원이 고장난 장난감을 수리하고 있다. [사진 코끼리공장]

버려진 장난감을 고쳐 다시 아이들에게 돌려보내는 ‘착한 장난감 공장’이 있다. ‘장난감 의사’로 불리는 이채진(41) 대표가 이끄는 울산의 코끼리공장이다.

지난달 27일 울산 중구의 코끼리공장 출입문을 열자 눈앞에 색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인형과 로봇, 바퀴가 빠진 소방차, 부서진 주방놀이 세트 등이 빽빽하게 쌓여 있었다. 겉으로 보면 폐기물 더미 같지만, 모두 이곳에서 다시 아이들 품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장난감들이었다. 한편에선 은퇴한 어르신들이 장난감을 분류하고 손질하느라 분주했다.

이곳에서 장난감의 운명은 둘로 갈린다. 고칠 수 있는 장난감은 분해·세척·소독을 거쳐 새것처럼 재탄생한다. 손쓸 수 없는 장난감은 파쇄돼 플라스틱 원료가 되고, 석유화학업체에서 재활용된다. 고친 장난감은 국내외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전달된다. 매년 6만여 개가 국내 아동시설과 저소득 가정으로, 3만여 개는 국내외 봉사단체를 통해 스리랑카·방글라데시·몽골 오지마을 등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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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진 대표

이 대표는 울산대에서 아동가정복지학을 전공한 뒤 어린이집 교사로 1년간 일했다. 이후 울산시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장난감 대여 업무를 담당했다. “금세 망가지고 버려지는 장난감을 지켜보며 고민에 빠졌다”는 그는 2011년 지인 10여 명과 함께 ‘아빠 장난감 수리단’을 결성했다. 상가 주택 한쪽에 모여 고물 장난감을 소독하고 페인트 칠해 고치는 봉사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안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본 순간, 이게 내 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봉사단은 2014년 코끼리공장으로 거듭났고, 이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했다. 현재 20여 명의 직원과 함께 100여 명의 어르신이 급여를 받으며 장난감 수리에 참여하고 있다.

코끼리공장의 이런 도전은 울산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부산시가 코끼리공장과 연계해 장난감 순환사업을 하고 있고, 서울시도 ‘서울형 코끼리공장’을 시범 운영 중이다.

해외에서도 관심도 높다. 파라과이·인도네시아·태국 관계자들이 공장을 찾아 장난감 재활용법 등을 배워 갔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코끼리공장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자원순환 모델’로 평가했다.

이 대표는 “아이들 놀이만큼은 빈부 격차가 없어야 한다”며 “더 많은 아이가 장난감을 통해 웃고, 지구 환경을 지킬 수 있도록 코끼리공장을 세계로 확산시키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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