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머독 ‘미디어 제국’ 보수 장남에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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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가운데)과 그의 후계자가 된 장남 라클런(왼쪽). 오른쪽은 차남 제임스다. 2016년 머독과 그의 네 번째 부인 제리 홀의 결혼식 때 사진이다. [AP=연합뉴스]

세계적인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94)의 후계 싸움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머독이 후계자로 낙점한 보수 성향의 장남이 다른 형제자매의 지분을 넘겨받아 그룹 지배 구조를 장악하면서다. 머독의 다른 세 자녀는 지분 포기 대가로 각각 11억 달러(약 1조5000억원)씩을 상속받기로 했다.

머독 가문은 8일(현지시간) “장남 라클런 머독이 미국의 폭스뉴스·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의 더 타임스 등을 포함한 머독 제국 전반의 지배권을 확보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머독이 거느린 언론사들은 기존의 보수적인 보도 방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독 자녀들 간의 갈등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머독이 2023년 12월 장남인 라클런에게 의결권을 몰아주려 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다. 머독은 1999년 두 번째 아내 애나 마리아와 이혼할 때 가족신탁을 통해 장녀 프루던스(67)와 차녀 엘리자베스(57), 장남인 라클런(54), 차남 제임스(53)에게 동등한 의결권과 발언권을 약속했다. 라클런에게 경영권을 물려줬지만 세 자녀가 합심하면 언제든 그를 몰아낼 수 있는 구조였다. 이를 뒤집으려 한 것이다.

법적 공방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머독은 당시 네바다주 법원에서 “이 기업들은 내 유산”이라며 “영어권 세계의 보수 목소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리더는 라클런”이라고 주장했다. 머독과 장남 측의 이런 가족신탁 변경 요구는 같은해 말 법원에서 기각됐으나, 이후 항소 과정에서 극적 합의가 성사됐다.

이에 따르면 라클런과 이복 여동생인 그레이스(24), 클로이(22)로 구성된 새 가족신탁이 폭스코프·뉴스코프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그레이스와 클로이는 머독과 세 번째 부인 웬디 덩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이다. 이 신탁의 유효기간은 2050년까지다. 장남 외 다른 세 자녀는 기존 신탁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대가로 각각 11억 달러(약1조5000억원)의 지분 매각 대금이 담긴 새로운 신탁을 받게 된다.

머독의 장남과 차남의 정치적 성향은 극명하게 달랐다. 라클런은 아버지 머독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왔다. 반면 차남인 제임스는 2020년 대선 때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 쪽에 100만 달러(약 13억8000만원) 이상을 기부했다. 머독 가문의 이런 정치적 분열은 거대 미디어 재벌 가문의 후계 싸움을 다룬 HBO 드라마 ‘석세션(Succession)’의 소재로 쓰이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합의를 놓고 “루퍼트 머독은 미국·영국·호주에서 지난 40년간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이번 결정으로 그 영향력을 사후까지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1931년 호주에서 태어난 머독은 22세 때 갑자기 사망한 부친으로부터 작은 지역 신문사를 물려받으며 언론 사업에 뛰어들었다. 1964년 호주 최초로 전국 일간지를 창간했고 1968년에는 영국 언론시장에 진출했다. 이어 미국 시장에서 1970년대 뉴욕포스트, 1980년대 20세기폭스까지 인수하면서, 세계적인 미디어 제국의 수장이 됐다.

그러나 후계 싸움으로 말년에 자녀들과 소원해졌다. 지난해 6월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엘레나 주코바와의 다섯 번째 결혼식에는 장남만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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