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오천피 시대? 허황된 꿈 아니다"…코스피, 4년 2개월 만에 최고점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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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전일 대비 1.67% 상승한 3314.53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는 종가 기준 처음으로 3310선을 돌파하며 2021년 7월 6일(종가 3305.21)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스1

‘3314.53’
코스피가 4년여 만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달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뒤 박스권에 갇혔던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던 ‘코스피 5000시대’가 좀 더 가까워졌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보다 1.67% 오른 3314.53에, 코스닥 지수는 0.99% 오른 833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장 개시 10분여 만에 지난 7월 31일 기록한 연고점(3288.26)을 뚫은 데 이어, 종가 기준 최고치(2021년 7월 6일 3305.21)를 넘어섰다. 이날 장중 최고점은 3317.77로, 종전기록(2021년 6월 25일 3316.08)을 깼다.

이날 한국 증시 상승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간밤 뉴욕 3대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게 장작이 됐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43% 오른 4만5711.34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27% 오른 6512.6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0.37% 오른 2만1879.49에 각각 마감했다.

국내에선 정부가 세제개편안 일부를 철회할 움직임을 보인 것이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9월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세제개편안 관련 입장을 밝힐 예정인데, 전문가들은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유지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세제개편안을 내놓았고, 이후 여론이 악화하자 여당은 정부에 현행유지 의견을 낸 상황이다.

이날 코스피 상승의 주요 동력은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매수세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3780억원과 9029억원을 순매수했다. 차익실현에 나선 개인은 2조2545억원을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SK하이닉스가 5.56% 오르며 연고점(7월 11일 30만6500원)에 근접했고, 삼성전자(1.54%)·한화에어로스페이스(2.33%)·현대차(0.68%)·KB금융(7.01%) 등도 상승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1.87%)·삼성바이오로직스(-0.67%) 등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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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통상 2월과 9월은 미국·한국 등 주요국 증시가 가장 부진한 달로 꼽히지만,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 속에 국내 증시도 상승 바람을 탔다. 다만 한국 증시의 부족한 상승 동력은 극복해야 할 포인트다. 한 예로 나스닥은 올해만 22번 최고가를 경신했는데, 코스피는 이날 처음으로 최고가를 넘어섰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한국 증시 뿐 아니라 일본 닛케이, 미국 3대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동성 확대 기대감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부분의 자산에 풍선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며 “미국·일본과 달리 수년간 부진했던 한국 증시도 최근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기대가 맞물려 글로벌 증시 상승 국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향후 시장전망과 관련해 “대통령의 ‘코스피 5000시대’ 공약이 허황한 게 아니라고 본다. 전고점을 넘은 만큼 상승 여력이 더 있다”며 “5년 임기 동안 코스피가 5000까지 오르려면 연 10.8%가량 상승해야 한다. 기업들의 이익 증가, 거버넌스 개선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 달러가치 약화 등의 요인으로 한국 증시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주간 거래(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3원 오른(환율은 하락) 1386.6원을 기록했다.

다만 증시가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공존한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8월 고용 (부진) 이슈가 끝나고, 미국 물가지표 결과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 랠리 이어가며 상승 피로감이 누적됐고, 고점 부담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균 센터장도 “현재 미국의 지표가 둔화하고 있어 9월에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높지만, 물가가 완전히 안심할 정도로 낮은 것은 아니다. 특히 지난달부터 미국의 상호관세가 부과돼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지켜봐야 한다”며 “만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뒤 물가가 상승하거나, 온건책을 펼칠 수 있는 폭이 좁아지는 변화가 나타나면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9일 기준 코스피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11조1650억원으로, 공매도가 재개된 지난 3월 31일(3조9156억원) 이후 최대로 집계됐다. 공매도 순보유 잔고의 증가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대차거래 잔고도 같은 기간 185% 증가해 100조8690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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