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서른 잔치는 이제부터 시작"...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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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서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입장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올해로 서른 돌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힘찬 항해를 시작했다.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상영 #17일부터 열흘간 여정 돌입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7일 오후 6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흘 간의 여정에 돌입했다. 1996년 부산 수영만 야외극장에서 출범한 부산영화제는 '다이빙벨'(세월호 다큐멘터리) 사태, 조직 내부 갈등, 코로나19 팬데믹 등 거센 풍파에 시달리면서도 한 번도 항해를 멈춘 적이 없다.

지난해 집행위원장 공석이란 파행을 겪기도 했지만, 부산영화제를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우뚝 서게 한 원동력은 어떤 외압과 내홍에도 영화제를 지켜야 한다는 영화인들의 단합된 마음이었다.

이날 개막식을 보기 위해 오전부터 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5000여석에 달하는 객석은 꽉 들어찼다. 수많은 국내외 스타가 밟았던 영화제 레드카펫은 30주년을 맞아 더욱 화려해졌다.

올해 영화제 개막작 '어쩔수가없다'의 주역인 박찬욱 감독, 이병헌, 손예진, 이성민, 박희순, 염혜란을 비롯해 박근형, 이혜영, 한소희, 전종서, 하정우, 조우진, 이진욱, 유지태, 심은경 등 국내는 물론 밀라 요보비치, 와타나베 켄, 니시지마 히데토시, 구이룬메이, 량자후이, 블랙핑크 리사 등 해외 스타들이 레드카펫에 올라 분위기를 달궜다.

자파르 파나히, 기예르모 델 토로, 마이클 만 등 거장 감독은 물론,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메기 강 감독도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개막식 사회는 이병헌이 맡았다. 남자 배우가 개막식을 단독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영화제에) 처음 왔을 때 객석에서 '나도 언젠가 저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지금 이 무대에 서 있다"며 "시간이 여러모로 우리를 바꿔놓았지만, 영화 앞에서 느끼는 설렘 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또 다른 시작을 함께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우리는 아직 배가 고프다. 서른 잔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말로 영화제 개막을 선언했다.

여성 영화인들의 문화적, 예술적 공로를 치하하는 까멜리아상은 감독 겸 배우, 프로듀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중인 대만의 전천후 아티스트 실비아 창이 수상했다. 그는 "1972년 배우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해왔다. 각본도 쓰고, 감독·프로듀서도 하면서 영화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며 "그간 여러 어려움들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영화를 널리 소개하는 데 이바지한 인물에 수여하는 한국영화공로상은 정지영 감독에게 돌아갔다. 정 감독은 "연기자, 스태프, 관객 덕분에 반세기 간 카메라 곁에 서있을 수 있었다"면서 "한국 영화가 위기에 처했지만 영화인들은 언제나 새롭고 힘찬 영화를 준비하고 있으니 찾아서 즐겨 달라"고 말했다.

아시아 영화산업과 문화 발전에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인물에 수여하는 아시아영화인상은 이란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에게 돌아갔다. 그는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올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최초의 아시아 감독이 됐다. 작품을 통해 검열과 억압에도 꺾이지 않는 개인의 자유와 의지를 조명해왔다.

파나히 감독은 "첫 영화로 제1회 부산 영화제를 찾았을 때, 아시아 최고 영화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이후 수감, 출국 금지 조치로 이 훌륭한 영화제에 올 수 없었다"며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싸움의 최전선에 있는 모든 독립영화인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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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배우들과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병헌, 이성민, 염혜란, 박희순, 손예진, 박찬욱. 사진 연합뉴스

영화제의 포문은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열었다. 최근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영화는 이날 개막작으로 상영되면서 국내에 첫 공개됐다. 갑작스레 해고된 제지 공장 직원 만수(이병헌)가 소중한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재취업 전쟁을 치르는 이야기다.

개막작 상영에 앞서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 감독은 "제 작품이 부산영화제 개막작이 된 건 처음이라 더욱 설렌다"면서 "가족을 지키고, 사랑하는 직업에 계속 종사하고 싶다는 순수한 동기에서 시작한 일이 도덕적 타락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역설을 깊게 파고 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자기 얘기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게 원작의 큰 매력"이라며 "만수의 집에 대한 집착, 가부장제 흔적 등을 한국 관객이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평범한 인물이 위기을 타개하기 위해 극단적인 계획을 실행하며 변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고 말했다. 박 감독과 출연 배우들은 "극장을 포함한 영화 산업이 정말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이 영화가 한국 영화계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공식 상영작은 241편(64개국)으로, 지난해보다 17편 늘었다. 연계 프로그램 상영작까지 포함하면 328편이다. 짐 자무시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지안프란코 로시 감독의 '구름 아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부고니아' 등 세계 유수 영화제 화제작들도 대거 상영된다.

올 영화제의 가장 큰 변화는 경쟁 영화제로의 전환이다. 파급력과 영향력 있는 섹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공식 경쟁 부문인 '부산 어워드'가 신설됐다. 올해 경쟁 부문에는 미야케 쇼 감독의 '여행과 나날', 장률 감독의 '루오무의 황혼' 등 아시아 주요 작품 14편이 초청돼 대상과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에 걸쳐 시상한다. 수상작은 26일 폐막식에서 발표되며, 대상 수상작이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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