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7년 만의 한국법학자대회…"법치주의 위협은 3부 권력 동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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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전국 법학교수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회장 최봉경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법치주의 확립을 주제로 27년 만에 대규모 행사를 연다. 사진 한국법학교수회
여당에서 사법부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한국법학교수회가 27년 만에 이를 우려하는 내용을 다루는 '제2회 한국법학자대회'를 개최한다.
한국법학교수회는 오는 27일 서울대학교 우석경제관에서 '법치주의 확립을 위한 법학의 사명'이라는 주제로 법학자대회를 연다고 알렸다. 행사 개최는 1998년 열린 1회 법학자대회에 이어 27년 만이다. 한국법철학회·한국공법학회·한국민사법학회 등 47개 학회에서 총 300여 명의 인원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다.
이 행사는 12·3 비상계엄 이후 한국 법치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공감대 속에 지난 3월 개최가 결정됐다. 한국법학교수회는 "위헌적 비상계엄 사태 및 탄핵심판의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중대하게 훼손된 법치주의를 재정립하고 법학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고자 27년 만에 제2회 대회를 개최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오전 행사는 3개 세션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1세션은 '한국의 법치주의-비판과 대안', 2세션은 '한국의 법과 법학교육-비판과 대안'을 주제로 한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세션에서 "법치주의의 위기는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 때문"이라고 진단할 예정이다. 김 연구위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법의 정치화는 오랜 구조적 역사를 갖고 있는데, 특히 권위주의 시대에 정권에 부합하는 판결을 계기로 논의가 촉발됐다"며 "인혁당 사건이나 조봉암 사건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의 사법화는 반대로 많은 정치적 문제들을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을 매개로 사법에 떠넘기고 정치권에서 이를 다루는 걸 포기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오후에는 형사법, 국제법, 기초법 등 9개 분야별로 각각 세션을 열고 주제별 발표와 토론이 이어진다. 이때 당정의 사법부 압박과 검찰개혁안에 대한 우려도 나올 전망이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형사법과 법치주의' 주제 발표문에서 "가장 심각한 위협은 3부 권력의 동질화"라고 진단했다. 그는 "입법·행정·사법부가 이념적으로 동질적인 정치 세력에 의해 동시에 장악될 경우, 헌법의 견제와 균형 원리가 붕괴된다"며 "이는 법치주의의 근본적인 위기이며, 현재 미국과 한국 등에서 현실적 우려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한 교수는 검찰개혁안에 대해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임의수사를 통한 보완수사권은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행사는 오전 9시10분부터 오후 6시10분까지 진행된다. 최봉경 한국법학교수회장의 개회사와 유홍림 서울대 총장의 환영사에 이어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김민석 국무총리,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 이학영 국회부의장,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의 축사가 이어진다. 기조 강연은 로마법 분야 최고 권위자인 최병조 서울대 명예교수가 진행한다. 최 교수는 법학자와 법조인이 규범의 세계에 매몰되지 말고 현실세계의 다양한 측면을 탐구해야 한다는 내용을 강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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