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양 손가락 붙어있던 필리핀 선생님, 무료진료 받고 한국서 희망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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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국적 앙헬레스 이본 엔젤(29)이 선천적 단다지유합증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지난 29일 고국의 품으로 돌아갔다. 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고향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마음껏 그릴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필리핀에서 온 앙헬레스 이본 엔젤(29)이 지난 26일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환송식에서 밝힌 소감이다.

30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그는 선천성 희귀 질환인 단다지유합증으로 양손에 심각한 기형을 안고 살아왔으나, 이번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새 삶을 얻게 됐다. 앙헬레스는 필리핀 농촌에서 미술과 음악을 가르치는 교사다.

앙헬레스는 태어날 때부터 왼손 검지·중지가 붙어 있었고, 오른손은 엄지를 제외한 손가락이 없거나 붙어 있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단다지유합증은 뼈·관절·인대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릴 때 수술하는 게 유리하지만, 열악한 의료 환경 탓에 성인이 될 때까지 치료를 받지 못했다. 생후 6개월부터 할머니 손에 자라난 그는 올해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홀로 남게 됐고, 이 사연이 사단법인 멘토리스를 통해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전해졌다.

소식을 접한 성형외과 윤인식 교수는 지난 6월 진료와 수술 일정을 긴급히 마련했다. 수술은 손가락 조직을 절제하면서 동시에 조직 보존·재건술을 시행하는 고난도 방식으로 진행됐다. 윤 교수는 "성인 환자는 조직이 굳어 수술이 훨씬 어렵지만, 최대한 손의 기능을 살리고 미용상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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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강남세브란스병원 구성욱 병원장, 앙헬레스 이본 엔젤, 성형외과 윤인식 교수. 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수술을 마친 앙헬레스는 하루 만에 퇴원했고, 3주 동안 통원 치료를 받은 뒤 지난 29일 필리핀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그는 출국 전 환송회에서 "한국에서 받은 수술은 인생을 바꾼 축복"이라며 "새로운 삶을 선물해준 의료진과 후원자에게 깊이 소감 드린다"고 말했다. 치료비 전액은 강남세브란스병원이 부담했다. 교통비와 체류 비용은 멘토리스가 지원했다.

구성욱 강남세브란스병원 원장은 "의료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것은 세브란스 정신의 핵심이자 중요한 사명"이라며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해외 환자에게 희망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치료는 강남세브란스병원이 2009년부터 17년째 시행해온 '해외환자 초청치료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병원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 환자를 한국으로 초청해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카자흐스탄·몽골·요르단 등 14개국에서 온 환자 36명이 새 삶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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