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딸 구하려는 아빠의 추격전…"정말 미친 영화" 스필버그도 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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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밥(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은 납치된 딸 윌라(체이스 인피니티)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추격에 나선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정말 미친 영화다. 모든 것이 최고"라고 극찬한 영화가 있다.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리뷰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필모의 정점

1일 개봉하는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다.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미국의 작가주의 거장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이 각본과 연출은 물론 촬영까지 맡은 작품이다. 토마스 핀천의 소설『바인랜드』에서 영감을 받았다.

'매그놀리아'(2000), '펀치 드렁크 러브'(2003), '데어 윌 비 블러드'(2008), '마스터'(2013) 등 영화제 수상작들처럼 이번 영화도 사회와 인간에 대한 앤더슨 감독의 통찰과 예리한 시선이 번뜩인다.

러닝 타임이 162분에 달하는 영화는 혁명 조직 '프렌치 75'가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이민자 구금소를 급습해 억류자들을 탈출시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낙태 금지법에 찬성하는 의원 사무실과 정부 청사, 법원, 송전탑을 폭파하고, 은행까지 터는 등 이들의 행동은 점점 과격해진다.

조직의 폭탄 전문가 밥 퍼거슨(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은 동료 퍼피디아(테야나 테일러)와 사랑에 빠지고, 둘 사이에 딸 윌라 퍼거슨(체이스 인피니티)이 태어난다. 그러나 스티븐 J. 록조(숀 펜)가 이끄는 특수부대가 대대적인 진압에 나서면서 조직은 와해되고, 밥은 딸 윌라와 함께 모처로 피신한다.

16년 후 대령으로 승진한 록조가 다시 나타나 윌라를 납치하자, 술과 마약에 쩔어 살던 밥은 딸을 구하기 위해 록조를 쫓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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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에서 마초 성향 군인을 연기한 숀 펜. 사진 워너브러더스

이처럼 영화는 위기에 빠진 딸을 구하려 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에 머물지 않고,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현 시대에 대한 날선 비판 메시지 또한 담아낸다. 대대적인 이민자 단속과 폭력 시위, 다른 인종을 혐오하는 백인 우월주의자 결사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 등은 트럼프 시대 미국 사회의 풍경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미국의 현 상황에 대한 통렬한 고발'(트리뷴 뉴스 서비스), '안주에 대한 거부, 압제에 대한 거부, 독재에 대한 거부'(뉴욕타임스) 등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어둡고 무거운 내용을 다루면서도 범죄 스릴러·블랙 코미디로서의 영화적 재미, 앤더슨 감독의 장기인 캐릭터의 매력도 놓치지 않는다. 긴장과 이완의 밸런스 또한 절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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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연출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사진 워너브러더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적 '동지'인 조니 그린우드(록 밴드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의 강렬한 음악은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추격이란 직선적 서사에 긴박감을 더한다. 앤더슨 감독은 처음 도전한 아이맥스(IMAX) 촬영을 통해 익스트림 클로즈업, 롱테이크 트래킹 샷 등 자신의 인장과도 같은 장면들을 한층 업그레이드 된 밀도와 스케일로 펼쳐 놓는다.

CG(컴퓨터 그래픽)에 의존하지 않고 구현해낸 액션 장면의 백미는 후반부 세 대의 자동차가 꼬리를 물고 달리는 추격 신이다. 파도처럼 상하로 요동치는 언덕 지형 도로에서 차선 변경 한 번 없이 이어지는 추격 신은 숨 죽이고 봐야 할 정도로 가히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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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에서 혁명가의 딸 윌라(체이스 인피니티)는 백인 우월주의자 군인 스티븐 J. 록조(숀 펜)에게 납치된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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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퍼피디아(테야나 테일러)는 만삭의 몸으로 사격 훈련을 하는 등 강인한 정신을 지닌 혁명가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배우들의 열연 또한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 중 하나다. 16년 간 혁명 정신을 잊은 채 방탕하게 살던 밥 역의 디캐프리오는 딸의 납치를 계기로 각성하지만, 특유의 허당기는 여전하다. 웃기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연기는 '역시'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후반부의 정서를 장악하는 건, 록조 역의 숀 펜이다. 겉으로는 유색 인종을 혐오하지만, 흑인 여성에 대한 성적 욕망을 감추고 사는 변태적 느낌의 마초 군인의 모습을 소름 끼치게 만들어냈다.

혁명가의 목숨줄과도 같은 조직의 암호도 까먹고 실수를 연발하는 밥의 인간적인 모습과, 목표를 향한 치밀한 전략을 짜고 맹렬하게 몰아붙이는 록조의 기계 같은 이미지의 대비는 관객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두 배우 모두 내년 오스카 후보에 올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각자의 커리어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밥 부녀를 돕는 든든한 존재인 베니시오 델 토로, 영화 초반 퍼피디아 역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테야나 테일러, 그리고 이 영화가 데뷔작인 체이스 인피니티 등도 제 몫 이상을 해낸다.

영화는 앞서 개봉한 북미에서 호평 받고 있다. 콘텐트 평점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96점(100점 만점)을 받는 등 앤더슨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도전적인 작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내년 오스카 트로피를 향한 앤더슨 감독의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다는 전망과 함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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