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中 ‘역외 수출통제’ 본격화…美ㆍ中 희토류 전쟁, 좁아지는 韓 공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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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기가 주기율표의 갈륨과 게르마늄 원소 옆에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범위를 ‘역외 수출’까지 확장하며 희토류 공급망 조이기에 나서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무역갈등으로 보복 조치를 주고받은 미국에 대한 견제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 산업계 역시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9일 ‘해외 생산·운송되는 희토류 물품에 대한 수출통제 결정’을 공표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역외 수출’ 통제다. 지난 4월 발표한 사마륨·디스프로슘 등 7종의 희토류 및 합금 통제가 중국 내 수출자를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엔 해외에서 중국산 희토류를 이용한 제품이나 기술을 다른 국가로 수출하는 경우에도 중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으라는 것이다.

2010년 12월 30일 중국 중부 장시성 간셴현의 한 희토류 광산에서 노동자들이 기계를 이용해 땅을 파고 있다. AP=연합뉴스
구체적인 수출 허가 대상으로는 ①중국산 희토류를 포함·통합·혼합한(0.1% 이상) 품목 ②중국에서 유래한 희토류 채굴·제련 ·분리, 자성체 제조, 재활용 기술 활용 품목 ③중국 내 생산 희토류 품목으로 명시됐다. 이 중 ①과 ②는 12월 1일부터, ③은 공고일부터 통제가 적용된다. 여기에 희토류 채굴부터 활용에 쓰이는 기술 그 자체도 통제 리스트에 포함됐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단순 원소부터 채굴과 제련 등 공정 기술과 설비까지 포괄하는 희토류 가치사슬을 중국의 국가 안보 통제 자산으로 지정한 것"이라며 "자원 통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첨단 기술과 산업 주도권을 포함한 기술 통제로 통제 방식을 더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70%는 중국에서 이뤄진다. 정제·제련 시장은 중국이 90%를 담당한다. 전 세계 희토류 영구자석의 93%는 중국에서 생산된다. 전기차·방위산업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무기로 미국의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및 반도체·인공지능(AI) 수출 규제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성격이 짙다. FDPR은 미국 기술·소프트웨어 등이 사용됐다면, 타국 제품이라도 미국 정부가 수출을 통제하는 강력한 제한 조치다.

2024년 전세계 국가별 희토류 생산량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 지질조사국(USGS]
실제 이번 조치가 중국판 FDPR이란 평가도 나온다. 중국 희토류 소재나 기술이 쓰인 해외 생산품까지 통제 대상에 포함해 우회 수출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미국이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을 막기 위해 오랫동안 사용해온 해외직접제품규칙 논리를 중국이 적용한 첫 사례"라고 지적했다.
수출 불허 대상에는 ‘군사 목적’이 명시됐다. 중국의 희토류 자원과 관련 기술이 군사력 경쟁 중인 미국으로 흘러가는 것을 견제하는 조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 통제 대상 품목 중 군사용으로 쓰이는 ‘사마륨’의 미국 주요 사용처는 항공우주 및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이다. 미 전투기 F-35 한 대에는 50파운드(약 23㎏)의 사마륨 자석이 쓰인다. NYT는 “군용 자석 주조나 제련은 미국이나 우방국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재료 수입 제한은 없어 사마륨은 중국에서 수입해왔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원료→우방국에서 부품 제조→미국에서 완제품 조립 구조가 이번 조치로 막히는 셈이다. CSIS는 “이번 조치는 역대 중국의 방위 산업 겨냥 조치 중 가장 중대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리청강 중국 국제무역대표부 대표 겸 상무부 부장, 허 리펑 중국 부총리가 지난 5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중 양자 회담 당일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 희토류를 의존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미국 견제 여파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조치로 국내 전기차 부품·방산 부품 기업들이 희토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월간 희토류 수출량은 6월 7742톤(t)에서 8월 5791t으로 줄었다.
한국 기업의 공급망 다변화 노력도 더 여의치 않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급망을 넓히려 일본 등에서 전기 모터용 영구자석을 수입해온 부품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재고분이 있지만, 가까운 미래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외 광물 시장 확보 시도도 쉽지 않아졌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인도·태국 등에서 희토류 공급원을 찾아도, 제련·가공 기술을 중국만큼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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