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달러 대비 원화값 1420원대로 하락…미 투자펀드·다카이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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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후 외환시장 개장 첫날 달러 대비 원화 값이 5개월여 만에 1420원대로 하락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불확실성에, 이른바 ‘다카이치 효과’에 따른 엔저 흐름에 원화가 동조하면서 하락 폭을 키웠다.

(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 원·달러 환율이 5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상승하고 있는 1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 앞을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주간 거래(오후 3시30분) 기준으로 전 거래일 대비 21원 떨어진(환율은 상승) 1421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후 종가로는 지난 4월30일(1421원) 이후 약 5개월 만에 가장 낮다.
원화 값 하락 흐름은 지난달 말부터 시작했다. 줄곧 1300원대를 유지하던 달러 대비 원화 값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펀드’의 세부안을 놓고 한·미 간 이견이 생기면서, 이달 말부터 1400원을 넘나들었다. 미국 측 요구대로 대미 투자펀드 대부분을 현금으로 채우면 한국이 보유한 외환보유고(약 4220억 달러)의 약 80%가량을 쓰게 돼 원화 추락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여기에 지난 4일 일본 자유민주당 총재로 다카이치 사나에가 당선되면서, 원화 약세 흐름에 불을 지폈다. 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한 다카이치는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에 찬성하는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추진한 경제 정책)’ 신봉자다. 다카이치 당선 후 금리 인하 우려에 달러 당 140엔대를 기록하던 엔화 값은 153엔 육박할 정도로 떨어졌다.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값이 엔화 값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하락 폭이 더 커졌다. 추석 연휴 기간 외환시장이 열리진 않았지만, 역외 거래에서 달러 대비 원화 값은 지난 8일 1427.8원까지 하락했다.
원화 값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재정 위기 가능성이 불거지는 데다, 미국 정부 ‘셧다운’ 상황도 길어지면서 달러 강세 분위기가 재현되고 있어서다. 9일(현지시간) 기준 달러인덱스(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장중 99.56까지 치솟아 지난 8월1일 고점(100.26)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요구대로 대미 투자펀드를 채워도 문제고, 협상이 결렬돼 관세율이 올라가도 문제”라면서 “미국 관세 부담이 본격 부과되기 시작하면 원화 약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환율 불안에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도 안갯속이다. 서울 집값 상승이 계속하는 가운데 원화 약세 폭까지 커지면 시장이 기대하는 이달 한은의 금리 인하도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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