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최태원(65)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4)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최종 결론이 오는 16일 나온다. 역대 최다 재산 분할 액수인 1조3808억원이 지난해 5월 항소심에서 정해지고, 지난해 7월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온 지 1년 3개월 만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뉴스1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0일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오는 16일 오전 10시로 지정했다. 지난달 18일 ‘전원합의체 보고 사건’으로 대법관 전원이 논의해, 전합에 회부될 거란 전망도 나왔지만 소부에서 선고하게 됐다. 법원 관계자는 “전합이 아니더라도 대법관 전원 논의를 거친 사건”이라고 했다.

상고심 심리가 길어진 건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단이 크게 엇갈리는 등 풀어야 할 쟁점이 많아서다. 역대 최다 재산 분할 및 위자료 사건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데다 대통령의 비자금과 정경유착 등 전례 없는 쟁점도 포함됐다. 결론에 따라 재계 2위 SK 그룹의 지배 구조 및 경영 안정성이 크게 달라지는 점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최종 결론을 가를 쟁점은 특유재산(特有財産,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 재산) 인정 여부다. 최 회장 측은 SK그룹 주식이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 증여받은 2억8000만원으로 취득한 것이라면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 관장 측은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준 비자금과 특혜로 SK그룹이 성장했다는 입장이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 재판부는 최 선대회장의 증여금과 최 회장의 주식 매입 자금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뒤집었다. 또 노 관장 모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한 ‘선경 300억’ 메모와 1992년 선경건설(현 SK에코플랜트) 명의 약속어음(50억원짜리 6장), 이른바 ‘300억원 비자금’ 증거가 항소심에서 인정됐다.

SK그룹 성장 기반이 최 선대회장 증여금에서 노 전 대통령 비자금으로 바뀌면서 재산분할 액수도 크게 달라졌다. 1심에서는 SK 주식을 제외한 665억원만이 인정됐으나, 2심에선 1조3808억원으로 20배가량 뛰었다. 2심 재판부는 비자금 인정뿐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 SK그룹의 성공적 경영 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도 했다.

아울러 2심 재판부가 판결문에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을 주당 100원으로 잘못 적었다가 1000원으로 사후 경정(更正, 판결문의 오류를 고치는 일)한 것도 쟁점이다. 최 회장 측은 “치명적인 오류”라며 재산분할 근거가 된 주식 가치가 달라진 만큼 판결 결과인 재산분할 금액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영옥 기자

양측은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실심’인 하급심과 달리 법률문제를 다루는 ‘법률심’인 상고심에서 역시 각자 주장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며 총력전을 펼쳐 왔다. 2심 판결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은 대법원이 건드릴 수 없으나, 사실인정 과정에 절차상 위법이 있으면 사정이 달라지는 점을 겨냥한 다툼이다.

최 회장 측은 상고심에 최 선대회장의 육성 파일을 증거로 제출했다. 생전 내부 임원회의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건 국민한테 오해받는 거다. 사돈한테 특혜받는 건 일절 피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내용이 담겼다. 또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서 “쭉 조사 다 했는데 깨끗하다”고 말한 내용도 있다.

노 관장 측은 상고심에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으로 구속된 최 회장이 자신에게 보낸 ‘옥중서신’을 증거로 제출했다. 서신에는 최 회장이 SK그룹 경영에 관한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 담겼고 본인이 경영적 조언을 해줬다고 주장했다. 2심처럼 그룹 성장에 본인이 기여했다는 점을 입증하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