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 상이 그녀 안전 위협할수도"…노벨평화상 마차도,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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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노벨평화상 영예를 안은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EPA=연합뉴스

2025년 노벨평화상이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7)에게 돌아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마차도의 수상을 공식 발표했다. 위원회는 마차도를 “어둠 속에서도 민주주의의 불씨를 지켜온 용기 있는 여성”이자 “라틴아메리카 현대사에서 가장 탁월한 민간 용기의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1967년 카라카스에서 태어난 마차도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1992년 거리의 아이들을 돕는 ‘아테네아 재단’을 설립했다. 2010년에는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사법 독립과 인권을 강력히 주장했으나, 2014년 의회에서 축출당하는 고난을 겪었다. 현재 야당 ‘벤테 베네수엘라’ 대표로 활동 중이다. “총알보다 투표를 택했다”는 신념으로 오랜 기간 베네수엘라에서 자유 선거를 요구해왔다.

2023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으나 정권의 탄압으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그러나 “국민이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외치며 남아 투쟁을 이어갔다. 이후 마차도 등 베네수엘라 야권은 외교관 출신인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를 다시 야권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고 선거를 이끌어 나갔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야당 측 인사들이 투표용지를 검증할 수 없도록 하고, 실시간 개표 상황도 공개하지 않는 등의 조치를 한 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서방에서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조직적인 부정선거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폭력이 동원된 정황도 나왔다. 마두로 대통령은 당시 “내가 대선에서 지면 피바다”라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현재 마차도는 생명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숨어 지내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베네수엘라를 떠나지 않는 마차도의 선택이 수백만 명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위원회는 “이 상이 마차도의 안전에 미칠 위험을 인지하고 있으나, 대의를 제한하지 않고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수상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권위주의가 확산하는 세상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고 위원회가 강조했다. 위원회는 “평화는 민주주의 위에서만 가능하다”며 “마차도는 노벨이 정한 세 가지 기준, 즉 야권 통합, 사회의 군사화 저항, 민주주의로의 평화적 전환 지지를 모두 충족시켰다”고 했다.

발표 이후 위원회는 마차도에게 수상 소식을 전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크리스티안 베르 흐라프비켄 노벨연구소장은 울먹이며 마차도에게 “당신이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라고 전했고, 마차도는 놀란 듯 “오 마이 갓(Oh my God)”을 다섯 번 반복한 뒤 “할 말을 잃었다”고 답했다. 그는 “이 상은 나 개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성취”라며 “나는 그럴 자격이 없는 한 사람일 뿐”이라고 겸손히 말했다. 마차도는 끝내 눈시울을 붉히며 “이 영광을 믿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측근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는 X(옛 트위터)에 “한 여성과 온 국민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오랫동안 투쟁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마땅하다”며 “베네수엘라 최초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한다”고 적었다.

마차도는 사상 125번째 노벨 평화상 수상자의 영광을 안게 됐다. 수상자에게는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4000만 원)의 상금과 노벨상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초상이 새겨진 18캐럿 금메달이 수여된다.

노벨 평화상은 전쟁·인권·외교 등 분야에서 세계 평화와 인류의 화해에 이바지한 인물이나 단체에 수여되는 상으로 노벨상 중에서도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지난해에는 일본 원폭 피해자 단체 협의회인 ‘니혼히단쿄’가 수상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 수상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으나, 결국 수상에 실패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남미의 독재자인 마두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는데, 하필 마두로의 정적인 마차도에게 노벨 위원회가 수상을 결정했다. 이날 수상 발표에 대한 반응은 아직이지만, 스티븐 청 백악관 홍보국장은 X에 “노벨위원회는 평화보다 정치를 중시한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 협정을 계속 체결하고, 전쟁을 종식시키고, 생명을 구할 것이다. 그는 인도주의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의지만으로 산을 옮길 수 있는 이는 그 누구도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이 아닌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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