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산불에 잿더미된 고향 되살린다…3조 파워볼 당첨자 '통큰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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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알타데나 지역에서 이튼 화재로 불탄 주택과 피해를 입은 거리 표지판이 항공 촬영 카메라에 포착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20억 달러(약 2조7000억원) 파워볼 복권 당첨자 에드윈 카스트로(33)가 대형 산불로 초토화된 고향 알타데나(Altadena)의 재건 사업에 직접 나섰다. 부동산 투자자로 알려진 그는 이번엔 “이윤보다 공동체 회복이 우선”이라며 고향 복구를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13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카스트로는 올해 초 알타데나 일대에서 약 1000만 달러(약 140억 원)를 들여 15필지의 부지를 매입했다. 이 지역은 지난 1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북쪽 이튼 산불로 큰 피해를 본 곳으로, 당시 1만6000여 채의 건물이 불타고 31명이 사망했다. 알타데나에서도 약 9000채가 전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스트로는 “이 땅은 가족이 다시 정착할 수 있는 새 보금자리를 위한 곳”이라며 “지금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복권 당첨 후 하와이와 로스앤젤레스 등지에 고급 주택을 잇달아 매입했지만, 이번만큼은 “순수한 투자 목적이 아닌 ‘고향 재건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익을 지나치게 추구하지는 않겠지만, 무료로 집을 지어주는 건 아니다”라며 “합리적 가격에 가족 단위로 정착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분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로젝트 매니저 아르빈 시리니얀스(Arvin Shirinyans)는 “몇 달 내 첫 건축 허가가 나올 예정이며, 전체 재건 사업은 약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두 필지에는 3베드룸 크래프츠맨(Craftsman) 스타일 주택과 부속 세대(ADU) 건축 허가가 신청된 상태다.

카스트로는 직접 알타데나에 정착할 계획도 밝혔다. 그는 “윌리웡카식 비밀 지하 공간이 있는 집을 설계 중”이라며 “아버지가 건설업에 종사했는데, 언젠가 내 아이들에게 ‘아빠가 이 마을을 다시 세웠다’고 말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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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볼 복권 당첨자 에드윈 카스트로(33).

화재 발생 9개월이 지난 지금도 알타데나의 복구는 더디다. 대부분의 주민은 여전히 임시 거처에서 지내며, 일부는 보험사와 보상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러나 WSJ은 “카스트로의 투자가 상징적인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며 “그의 행보가 지역사회에 ‘다시 시작할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스트로는 2022년 11월 고향 알타데나의 한 주유소에서 파워볼 복권을 구매해 당첨됐다. 1등 당첨금은 세전 20억4000만 달러(약 2조9000억 원)로, 그는 연금 대신 일시불 7억6800만 달러(약 1조1000억원)를 수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인생을 바꾼 복권을 샀던 그 주유소만이 이번 산불에서 유일하게 불길을 피한 건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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