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조직 코인 21조원 압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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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 다이아몬드 아일랜드에 위치한 프린스 그룹 본사. 사진 홈페이지 캡처
미국과 영국 정부가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을 거점으로 전 세계 피해자들을 속여 막대한 자금을 챙기고, 강제로 동원된 이주노동자들을 감금·고문해온 초대형 온라인 사기 조직을 동시에 제재했다.
미국 법무부는 해당 사기사건을 주도한 남성이 보유한 150억 달러(약 21조 4700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압류했다며, “법무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몰수 조치”라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조직은 캄보디아 프놈펜을 근거지로 한 ‘프린스 그룹(Prince Group)’으로, 회장 천즈(Chen Zhi, 37)가 실질적 운영자로 지목됐다. 천즈는 현지에서 ‘돼지 도살업자’로 불리며, 구직자를 속여 감금한 뒤 온라인 사기에 동원하고 폭행·살해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은 이날 천즈를 온라인 금융사기 및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했으며, 그는 현재 도주 중이다.
미 법무부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천즈는 부하들에게 “피해자를 죽지 않을 정도로만 때리라”고 지시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그가 챙긴 불법 수익은 피카소 작품 구입, 개인 제트기와 별장 구매, 고급 여행 경비 등 사치에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 홈페이지 캡처
영국 정부도 이날 프린스 그룹과 천즈를 비롯한 계열사들을 자산 동결 및 금융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제재 명단에는 프린스 그룹 계열 ‘진베이 그룹(Jinbei Group)’,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엑스(BYEX)’, 그리고 프놈펜 외곽 스캠 센터 단지를 건설한 ‘골든 포천 리조트 월드(Golden Fortune Resorts World)’ 등이 포함됐다. 영국 재무부는 이들이 “카지노나 기술 단지로 위장한 불법 사기·인신매매 단지를 운영하며 막대한 부를 세탁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외무장관 이베트 쿠퍼는 “이런 스캠 센터들은 취약한 사람들의 삶을 망치고, 그 돈으로 런던의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 천즈 일당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를 거점으로 런던의 고급 주택과 상가 등 2억 파운드(약 3800억 원)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무부는 프린스 그룹을 “초국가적 범죄조직(Transnational Criminal Organization)”으로 지정하고, 천즈와 관련된 개인 및 단체 146건의 제재를 동시에 발동했다.
아울러 캄보디아 금융 대기업 후이원(Huione) 그룹도 미국 금융망에서 차단했다. 후이원은 수년간 불법 암호화폐 자금을 세탁해온 것으로 드러났으며, 북한 해커 조직이 탈취한 가상화폐 3700만 달러(약 5000억 원)도 이 경로를 통해 세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재무부는 “후이원 그룹은 2011년부터 2025년 1월까지 최소 40억 달러(약 5조 7000억 원) 규모의 불법 자금 세탁에 관여했다”며 “이제 미국 내 모든 금융기관이 후이원 관련 거래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최근 캄보디아·미얀마 등지에서 외국인을 가짜 구인광고로 유인해 감금하고, 고문을 통해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강제 투입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국제 사회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젊은 층을 노린 유사한 조직의 범행이 잇따라 적발되면서, 미·영의 이번 조치는 ‘국제적 스캠 네트워크’에 대한 첫 대규모 공조 대응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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