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故오요안나 모친 “딸 떠나고 삶의 이유 잃어”…MBC, 미온적 태도에 뒤늦은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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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준 MBC 사장이 유족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와 위로를 전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MBC(문화방송)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로 일했던 고(故) 오요안나의 어머니 장연미 씨에 MBC가 뒤늦은 사과를 전했다. 장 씨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 없다”며 단식 투쟁에 돌입한 지 28일 만이자, 고인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세상을 떠난 지 1년 1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15일 MBC 사옥에서는 장 씨와 안형준 MBC 사장의 합의안 서명식이 진행됐다. 장 씨는 합의안과 함께 고인의 명예 사원증을 받아들고 오열했다. “많은 분의 응원과 염려 덕분에 MBC와의 교섭이 합의에 이르게 됐다. 지난 몇 달의 싸움을 생각하면 정말 많은 말들이 떠오른다. 우리 딸을 떠나보낸 후 내 삶의 이유를 잃어버렸다”고 슬퍼했다.

안 사장은 “꽃다운 나이에 이른 영면에 든 고인의 명복을 빈다. 헤아리기 힘든 슬픔 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오신 고인의 어머님을 비롯한 유족께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양측이 서명한 합의안에 따르면 MBC는 고인의 2주기인 내년 9월 15일까지 본사 내 추모 공간을 마련한다. MBC는 유족에게 보상하고, 양측은 상호 간 그 어떤 이의 제기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명식 이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유경 노무사에 따르면 합의 내용엔 유족이 원했던 공식 사과, 재발방지대책, 제도개선, 기상캐스터 정규직 전환 요구 등이 모두 적혔다. “다만 어떤 식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재발을 방지할 것인지, 이후 방향성에 대해 MBC 차원에서 구체적인 발표가 없다는 느낌은 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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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MBC 상암사옥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형준 MBC 사장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의 어머니 장연미 씨를 포옹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유족 측을 대리한 박점규 직장갑질199 운영위원은 “교섭을 하는 동안 MBC 내부 반발이 굉장히 심했다. 유족이 28일을 단식하고서야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이 슬프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음에도, 동료 기상캐스터의 프리랜서 전환을 유족이 요구한 배경에 대해서는 “유족은 보상금을 떠나 이 합의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작은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비정규직 백화점이라 불리는 방송사 고용구조가 획기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굉장히 미흡한 합의안을 어머님이 받아주신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미나 MBC 경영본부장은 ‘MBC의 재발방지대책과 제도 개선 방향’, ‘향후 피해자가 있을 경우 회사 대처’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지난 4월 신설한 상생협력담당관 직제를 강조하고 “법률에는 적용되지 않는 프리랜서 문제까지 포괄하는 것”이라면서도 “또 다른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자가 원하는 방향을 청취하고 법률대로 하겠다. 프리랜서의 경우 징계는 할 수 없으니 다른 방식의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인 사건과 관련한 직장 내 괴롭힘은 현재 소송 중으로 언급이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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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의 어머니 장연미 씨가 안형준 MBC 사장에게 받은 고인의 명예 사원증을 안고 눈물을 흘렸다. 사진 뉴스1

향후 MBC는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정규직 기상전문가를 통해 날씨를 보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본부장은 “남은 계약 기간만 근무하고 이후 처우는 성실히 협의하겠다”면서 “회사 차원에서 하는 일이 충분치 않다고 느낄 수 있으나 계속해서 개선하고 프리랜서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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