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미 관세 협상 급물살 타나...산업장관-정책실장 동시 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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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미국과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6일 함께 미국으로 출국해 추가 협상을 진행한다. 최근 미국이 한국 측에 협상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대한 후속 협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대통령실과 산업통상부는 15일 김 실장과 김 장관이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16일 미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함께 워싱턴 DC로 이동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전날 출국해 협상을 준비 중이다.

이번 방미에 김용범 정책실장까지 가세한 것은 이달 말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간 실질적 협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로 해석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5∼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등 참석을 계기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만나 관세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정책실장까지 협상에 참여한다는 것은 APEC 전에 협상 분위기를 안정화(stabilize)시키고, 최소한 협상 틀을 잡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협상에서 세부 문구를 조율하는 ‘라인바이라인(line-by-line)’ 단계까지 간 것은 이나고, 외환시장 민감성 등 큰 틀에서 조율 중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의는 미국이 한국 측에 수정안을 제시한 이후 이뤄지는 것으로 주목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국 측에서 새로운 대안을 들고 나왔다”며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앞서 김정관 장관은 추석 연휴 중이던 지난 10월 4일 카운터 파트인 러트닉 장관과 만나 협상을 진행했다. 당시 김 장관은 “양국이 이견을 좁혀가는 중”이라며 “한국 외환시장 민감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최대 쟁점은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다. 한국은 미국 관세 인하를 위해 3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지만, ①투자 구조(현금 vs 보증) ②무제한 통화스와프 ③투자 배분(상업적 합리성) 등 3대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일본처럼 3500억 달러를 대부분 현금으로 제공하는 ‘백지수표’ 방식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외환시장 안정성과 재정 부담을 고려해 직접 지분투자는 최소화하고 보증 및 대출 중심으로 투자 구조를 짜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미국이 지분투자 규모 확대를 요구한다면‘안전판’ 성격의 무제한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미국이 최근 제시한 수정안에 얼마나 완화한 요구를 담았는지 여부가 이번 협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일본과 미국이 맺은 투자 MOU(양해각서)에 대한 시각차가 여전한 것도 변수다. 미국이 한국에 일본과 유사한 투자 구조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일본은 5500억 달러 투자금 대부분을 미국에 현금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직접 투자 비중이 1∼2%에 그치고 나머지는 대출과 보증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아카자와 료이 일본 경제재생상)

실제 일본 현지언론 등에 따르면 대미 투자와 관련해 일본의 자금 조달 방식은 MOU 문서에 명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통상전문가는 “일본 정부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한국 역시 현금 투자 비중을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수정안을 통해 투자 구조나 보증 조건을 일부 완화했다면, 미·중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미 협상 타결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3500억 달러 현금 투자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한 듯 보이며, 보다 현실적인 수정안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3~4개월째 이어진 협상 장기화로 양측 모두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오히려 타협 의지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9월보다 10월이 협상 여건은 더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도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부담은 커졌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과의 협상을 조기에 타결할 필요성도 커졌다”며 “중국과의 협상 전선이 넓어진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상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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