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캄보디아 갔던 수사 경찰 “범죄단지 50여곳, 한국인 2000명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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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부산 서부서 수사과장이 지난 8월말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촬영한 한 범죄단지. 사진 오영훈 수사과장 제공
“캄보디아 내 범죄단지는 50여곳, 여기에 가담한 한국인은 2000여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범죄단지에 한 번 들어가면 못 나옵니다.”
최근 캄보디아에 탐문 수사를 다녀온 오영훈(56) 부산 서부서 수사과장의 말이다. 오 과장은 15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캄보디아 범죄 조직은 한국인을 포섭하려고 한국인 브로커를 두고 있다”며 “한국인 브로커는 고소득 일자리 보장, 항공료·숙박료 무료 등을 제시하면서 한국인을 포섭한다”고 말했다.
“한국인 브로커가 한국인 포섭 뒤 일 제대로 못 하면 폭행”
오 과장이 수사하던 투자 리딩 사기단의 근거지도 캄보디아였다. 그는 사기단이 머물던 근거지를 수색하고자 지난 8월 21일 혼자 캄보디아로 향했다. 3일간 체류하며 한인회 도움을 받아 범죄단지 3곳을 둘러봤다고 한다.
그는 “큰 호텔이나 리조트 아니면 3~4층 빌라에 마련된 범죄단지는 4∼5m 높이의 담벼락이 빙 둘려 있다”며 “입구에 경비병이 지키고 있어 내부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한국인이 내부에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범죄조직의 총책은 대부분 자본력을 가진 중국인이 맡고, 그 아래에는 한국인 팀장을 거느리는 구조로 운영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범죄단지에 감금됐다 탈출한 피해자들 대부분 처음 접근해 온 사람이 모두 한국인이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그는 “한국인 브로커가 지인을 통하거나 SNS로 한국인을 포섭한 뒤 사이버 도박, 피싱, 투자 리딩 사기 등을 알선한다”며 “그 안에서 일을 제대로 못 하면, 통장을 빼앗기거나 폭행을 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지어 부모에까지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캄보디아 정부 단속 소극적…한국 경찰 급파해 공조 수사 벌여야

오영훈 부산 서부서 수사과장. 사진 본인 제공
일선에서 수사하다 보면 지난해부터 캄보디아를 근거지로 한 범죄가 급증한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2023년 11월 미얀마, 라오스, 태국 접경의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이 여행금지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이 지역에 있던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는 “인터넷 주소(IP) 추적이나 범행 가담자를 분석해 보면, 캄보디아와 연관된 사례가 매우 많았다”며 “캄보디아 정부가 범죄조직의 소비 활동이 현지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자국민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범죄조직 단속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캄보디아 경찰과 수사 공조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국 수사기관의 국제 공조 역량도 취약하다. 오 과장은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직원 15명 중 사건·사고를 담당하는 경찰 인력은 3명에 불과하다”며 “한국 정부가 캄보디아 정부를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한국 경찰이 직접 캄보디아로 나가 수사를 벌여야 범죄조직 검거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꾀임에 쉽게 넘어가는 이들을 대상으로 경각심을 강화해 줄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연히도 캄보디아 출국길에는 취업 미끼에 걸린 20대 청년을, 귀국길에는 범죄조직에서 탈출한 30대 남성을 만났다. 이들 모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꾀임에 속아 캄보디아행을 택했다고 했다. 오 과장의 도움으로 20대 청년은 캄보디아 현지 도착하자마자 경찰 영사에게 인계됐고, 30대 남성은 인천공항에 도착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는 “캄보디아행 비행기 안에서 피해자들을 우연히 만날 정도로 피해 사례가 넘쳐난다”며 “해외 고소득 일자리에 항공료와 숙박료가 무료라고 하면 무조건 사기다. 인터넷에 떠도는 고소득 광고만 보고 해외로 나가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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